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김정석 감독회장이 임기 내 추진할 ‘7대 핵심과제’를 발표한 가운데, 기감은 각 과제별 안내글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 두 번째 글인 장재호 교수의 ‘저출산과 자살방지 정책’를 아래 소개한다.-편집자 주

한국 사회는 지금 ‘생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위기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저출산’과 ‘자살 증가’가 그러하다. 최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에 0.8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인구 구조 위기의 경고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동시에 자살 문제는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고통을 낳는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자살 사망자는 14,872명으로 13년 만의 최고치이며, OECD 평균보다 2.4배 높다. 저출산과 자살은 전혀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이 지속되기 어려운 사회 조건”과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정서적·경제적 압박”이라는 공통의 토양에서 자라난다. 감리교회가 이 문제에 응답한다는 것은 단지 사회 현상에 대해 의견을 내는 일이 아니라, 생명과 희망을 지키는 신앙의 공적 책임을 다시 붙잡는 일이다.

감리교회가 이 일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학적으로 교회는 생명을 위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고백하며, 생명을 ‘유용성’이 아니라 ‘존엄’으로 바라본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 보호와 회복은 교회의 중심 과제다. 특히 자살 문제는 ‘개인의 약함’으로 환원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살이 심리·사회·문화·환경 등 복합 요인과 연관된다고 말하며, 매년 72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낙인을 강화하는 언어(“믿음이 약해서 그렇다”)를 경계하고, 고통을 해석하려 들기보다 고통 곁에 머무는 ‘돌봄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 저출산 역시 마찬가지다. 출산·양육을 개인과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사회에서 교회는 “양육이 공동체의 일”이라는 관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돌봄의 공동 책임을 신앙 공동체가 실제로 살아내자는 요청이다.

둘째, 감리교회 전통은 사회적 성결(social holiness)을 핵심으로 삼기 때문이다. 감리교회는 개인 경건을 강조하면서도, 그 열매가 사회적 사랑과 제도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저출산과 자살 문제는 개인의 결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주거·노동·교육·돌봄 체계, 고립과 관계망,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사회적 낙인과 차별 등 구조적 요인이 깊게 얽혀 있다. 교회가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두려워해 침묵한다면, 가장 약한 이들이 먼저 무너지는 구조를 방치하는 셈이 된다. 감리교회가 사회적 메시지를 낸다는 것은 특정 정파를 지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사회 조건을 요구하는 신앙의 공적 발언이다. 교회는 “누가 옳은가”를 외치기 전에 “누가 지금 쓰러져 가는가”를 묻는 공동체여야 한다.

셋째, 목회 현장 자체가 이미 이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청년의 우울과 고립, 중장년의 실직과 부채, 노년의 질병과 상실, 관계의 단절과 돌봄 공백이 교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많은 목회자가 ‘위기 상담’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표준화된 교육·연계 체계가 충분치 않아 개인의 헌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교단 차원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하는 표준 프로토콜과 지역사회와 함께 작동하는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교회가 단지 “낳아라”는 도덕적 압박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의 부담을 함께 나누는 방향(돌봄 지원, 공동육아, 양육 정보, 산후·육아 고립 예방)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교회가 낼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의 고유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언론·기업도 저출산과 자살 문제를 다루지만 그 언어는 종종 효율과 비용, 생산가능인구와 성장률 같은 프레임에 갇히곤 한다. 그러나 교회는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한다. 저출산을 단지 인구 위기로만 보지 않고 “사람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라는 관점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자살방지 역시 “죽지 마라”가 아니라 “당신이 살아도 되는 이유와 자리가 공동체 안에 있다”라는 선언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메시지는 감상적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연결·돌봄·연계·제도 개선)과 결합될 때 사회적 신뢰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지금이 교회의 공적 신뢰를 회복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사회적 현안에 개입할 때 종종 비판을 받는 이유는, 말만 하고 책임과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 의제는 다르다. 저출산과 자살방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다. 감리교단이 앞으로 3년 동안 사회적 메시지와 더불어 현장 실천을 병행한다면, 감리교회는 생명의 안전망으로 기억될 수 있다.

요약하면, 감리교회가 저출산과 자살방지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는 (1)생명 신앙의 중심성 (2)감리교회 사회적 성결 전통 (3)목회 현장의 절박성 (4)교회 메시지의 고유성 (5)공적 신뢰 회복의 기회라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3년은 “선언→실천→제도화”의 시간이어야 한다. 교회는 생명을 말하되, 생명을 살리는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때 감리교회의 사회적 메시지는 구호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 되고, 교단의 프로젝트는 행사로 끝나지 않고 유산(legacy)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2026년에는 감리교회가 일관된 언어와 근거를 갖춘 ‘공적 발화자’가 되도록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 통계·현장 사례·신학적 관점을 정리하고, 메시지의 프레임을 “출산을 독려하는 종교적 압박”이 아니라 돌봄 가능한 사회를 요구하고 교회가 먼저 돌봄 공동체가 되고자 할 것이다. 또한 자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예방의 문제라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단 차원의 ‘생명존엄 선언’(목회서신/성명)을 발표하고, 목회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살위기 대응 프로토콜(관찰–대화–연계–사후돌봄)’을 표준화할 것이다.

2027년은 감리회본부(이하 본부)의 메시지를 지역사회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하고 교회들의 실천을 ‘모델’로 정착시키는 단계다. 본부는 저출산(주거·노동·돌봄)과 자살방지(낙인 해소·접근성·사후돌봄) 주제의 정책 제안서/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간담회·기고·공개포럼을 통해 “생명 의제는 이념이 아니라 공동선”이라는 공적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동시에 ‘생명주간’을 전국 캠페인으로 하여, 교육·상담 안내·위기 대응 훈련을 정례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학교·목회자 계속교육과 연결해 표준 교육을 필수화하고, 청년 리더를 ‘생명대사’로 세워 또래 언어로 도움 요청 문화를 만드는 등 세대별 메시지 전달력을 강화할 것이다.

2028년은 이 프로젝트를 ‘3년 행사’로 끝내지 않고, 본부의 구조와 예산 속에 상시 체계로 남기는 해다. 본부 차원의 ‘생명돌봄 센터(또는 전담 부서)’를 상설화하여 교육·자료·연계·위기자문 기능을 갖추고, 신임 목회자 교육에 자살위기 대응과 지역 연계 프로토콜을 정식 편제해 표준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운영 성과와 한계를 담은 백서(신학적 성찰+현장 지표+정책 제안)로 발표해 공공기관·지자체·언론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의제를 확장하여 저출산은 ‘돌봄사회·가족 돌봄 공백·양육 고립’으로, 자살방지는 ‘정신건강 접근성·중독·노인 고독과 상실’까지 연계하는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감리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생명 안전망의 한 축으로 지속적으로 기능하도록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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