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접수 사건이 1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권 구제를 위한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건이 확정 판결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도 운영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제도 시행 직후부터 사건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판단하고, 사전심사 기준을 정교화해 사건 적체와 청구 남발을 차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판소원 시행 이후인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재판취소’ 사건은 총 107건 접수됐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약 20건, 주말을 포함하면 평균 15건 이상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연간 접수 건수는 1만건에서 1만5000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헌법소원심판 접수 건수인 3066건의 수 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헌재의 사건 처리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판소원 제도는 확정 판결 이후에도 헌법적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사건 급증으로 인한 제도 운영 부담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소원 제도는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로 도입됐지만, 일부에서는 확정 판결에 대한 사실상 불복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정치인이 재판소원 제기를 시사하는 등 제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해당 인물은 이후 재판소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는 헌법재판 특성상, 대형 로펌이나 자원이 풍부한 당사자에게 유리한 제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공익 변호사와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법원의 재판 역시 공권력의 행사인 만큼, 그동안 구제받기 어려웠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새로운 통로가 열렸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시리아 국적 난민의 체류 지위 관련 사건과 납북귀환어부 유족의 형사보상 지연 손해배상 사건 등이 공익적 성격의 재판소원 사례로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재판소원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사건을 선별하는 체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소원은 모든 판결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정 판결 이후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헌법재판소는 사건 접수 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적법 요건을 우선 심사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각하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는 사전심사 기준 정립을 위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며, 독일과 미국의 제도 비교를 통해 효율적인 사건 선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쟁점사항’ 방식처럼 핵심 쟁점을 제한적으로 제시하는 구조를 도입할 경우, 기본권 침해 판단에 집중할 수 있어 심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에 따라 사법부도 후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과 절차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기록 송부 절차, 법원의 의견 제출 방식, 재판 취소 이후 후속 절차, 기존 판결 집행의 효력 문제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법원행정처는 관련 쟁점을 논의할 연구 조직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 간 협의체도 마련할 방침이다.
재판소원 제도는 기본권 구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되지만, 사건 남용과 운영 부담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 향후 사전심사 기준 정립과 제도 보완 여부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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