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 무속과 점술 관련 콘텐츠가 문화적 유행을 넘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불안정한 사회 기류에 편승해 ‘예능 콘텐츠’의 하나로 소비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계의 관심과 대응이 심각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논란이 된 ‘운명전쟁49’란 제목의 예능 프로그램은 신점·사주·타로·관상 전문가 49명이 나와 서바이벌 형식으로 ‘운명을 읽는 능력’을 겨루는 내용이다. 그런데 첫 방송부터 순직한 소방관의 사망 원인을 놓고 고인의 사주가 등장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돼 비판이 쏟아졌다.

이 프로그램이 논란에 휩싸인 배경에 패널 중 한 사람인 상담전문가 이호선 교수의 ‘하차 선언’이 작용했다. 이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운명전쟁49’에 단 1회 출연한 뒤 하차한 이유에 대해 “(나는) 누가 뭐래도 평생 기독교인이다. 하나님의 시선을 늘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을 위해 항상 기도해 왔다고 전했다.

이 교수가 게시글과 함께 ‘자괴지심’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올린 것으로 보아 기독교인 상담전문가로서 예능 프로에서 스스로 하차한 직접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상담가로서 신앙적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결단이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최근 방송에서 무속과 점술은 예능 콘텐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어린이들까지 모두 시청하는 주말 예능 프로에 역술인이 나와 유명 연예인이 사주와 관상을 보며 운수를 점치는 내용을 종편과 공중파까지 무차별적으로 편성하는 추세가 잘 말해준다.

그런데 기독교인들 가운데도 역술가를 찾거나 무속·점술에 의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통계가 있다. 오죽하면 신학대학에서까지 ‘풍수지리’ 과목을 개설하려다 논란이 일자 접었겠나. 이런 기류가 어느 날 갑자기 확산할 리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무속 행위와 기복 신앙에 경계를 느슨히 하고 오랫동안 방치해 온 책임이 크고 본다.

기독교가 성도 개인의 영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그 틈을 무속이 파고들어 이제는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한 꼴이 됐다. 이처럼 방송·미디어가 무속을 무비판적 소비 대상으로 취급하는 건 공정성과 균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특히 청소년층이 주 시청층인 OTT 플랫폼에서의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기독교 소재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방송·미디어가 무속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간 분명 비정상적이다. 이런 취급을 받기까지 한국교회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 정상은 아닐 것이다. 무속에까지 밀리는 게 화 나서가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이 정도란 점에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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