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진 의원 대표발의 민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헌법적 우려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를 부인함과 동시에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정교분리의 원칙이란 국가나 정치 권력이 종교에 개입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종교 역시 국가 권력의 행사나 정치 권력의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호적 분리 원칙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이 원칙이 공적 담론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것과 달리, 그 기본 취지와 헌법적 의미가 국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기 위한 규범이 아니다. 오히려 그 본질은 국가 권력이 종교의 영역에 개입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이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보다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헌법 규정에 있다. 다시 말해 정교분리는 종교를 억제하기 위한 원칙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장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최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의 기본 취지를 정면으로 오해하거나, 나아가 이를 사실상 몰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해당 개정안은 정교분리 원칙을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고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범으로 전환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정교분리의 헌법적 본질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헌법학계는 오래전부터 정교분리의 핵심을 ‘정치와 종교의 단절’이 아니라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에서 찾아왔고 종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은 단순히 종교와 정치의 영역을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가 다양한 신앙과 세계관 사이에서 어떠한 가치 판단도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범으로, 정교분리는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침묵시키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로운 존재와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적 토대인 것이다(서윤발 교수, 「국가 중립성 논의와 정교분리」(2021)).
이러한 이해에 기초할 때, 정교분리 위반을 이유로 종교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나아가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식은 정교분리의 헌법적 기능을 근본적으로 전도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국가가 종교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할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종교의 활동 내용을 평가하고 제재하는 감독자 내지 심판자로 자리매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종교의 사회적·윤리적 발언은 정교분리 위반이 아니다
정교분리 원칙이 종교의 정치적·사회적 발언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해석은 역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황훈식 교수가 「3·1운동과 장·감·성 선교사들의 정교분리원칙」(2018)을 통해 한국 근대사 속에서 정교분리가 어떻게 이해되고 적용되었는지에 관한 연구에 나타난 바와 같이 3·1운동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은 제도 정치에 대한 직접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으나, 일제의 폭압과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즉,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정교분리가 종교의 공적 발언을 금지하는 침묵 규범이 아니라, 종교가 국가 권력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원칙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종교가 신앙에 기초하여 사회적·윤리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 자체를 곧바로 정교분리 위반으로 간주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교분리 위반’ 판단을 행정부에 맡기는 구조의 위험성
이번 민법 개정안에서 특히 문제적인 지점은, 헌법적 개념인 ‘정교분리 위반 여부’를 주무관청이라는 행정부가 1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헌제 교수가 「판례로 본 한국의 정교분리」(2012)에서 지적하였듯이, 우리 법원조차 정교분리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 행위의 목적, 효과, 강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극도로 신중한 접근을 취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정안은 이러한 헌법적 판단을 사법부의 통제 이전에 행정부의 재량에 맡김으로써, 정교분리 원칙이 본래 의도했던 국가 권력에 대한 자기절제 기능을 오히려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헌법 질서의 구조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종교단체에 대한 위축 효과와 간접적 차별 가능성
한국 사회에서 정교분리 담론이 종종 종교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고, 특히 보수 개신교의 정치 참여가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그 참여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과거의 추상적 비판적 시각을 법률규범화하려는 것으로, 이는 조직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온 종교단체, 특히 규모와 조직성을 갖춘 교단일수록 법적 제재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를 넘어, 헌법상 평등원칙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내포한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겨누는 칼이 아니라 헌법적 방패다
비영리법인의 범죄 행위나 법인격 남용은 분명 엄정하게 규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규제 방식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를 관리·해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 권력으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방패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민법 개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정교분리 개념을 국가 권력 확장의 논리로 오용할 위험을 안고 있다. 교회와 교단은 이 문제를 특정 종교 집단의 이해관계 차원이 아니라, 헌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에 관한 문제로 인식하고, 책임 있는 공적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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