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대 현장의 모습.
이란 반정부 시위대 현장의 모습. ©SNS

이란 전역을 휩쓸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단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현지 시간으로 11일까지 확인된 시위 관련 사망자가 총 544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HRANA는 이란 내 활동가들이 보내온 정보를 다각도로 교차 검증해 발표하는 신뢰도 높은 단체로, 이번 발표에는 18세 미만 아동 8명이 사망자로 추가 포함되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구체적인 사망자 집계 현황을 살펴보면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48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군과 치안 인력 47명, 정부 측 비민간인 1명, 시위와 무관한 일반 민간인 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HRANA에 접수된 추가 사망 신고가 579건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해당 사례들에 대한 정밀 조사가 마무리될 경우,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실제 희생자 규모는 현재 발표된 수치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 현장에서 연행된 이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HRANA에 따르면 최근 시위 과정에서 구금된 인원 중 교도소로 이송된 것이 확인된 인원만 1만 681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현재까지 전체 사상자나 구금 인원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를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8일 밤부터 인터넷망과 국제 전화를 전면 차단하며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등 정보 통제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지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 현장의 모습.
이란 반정부 시위대 현장의 모습. ©현지 영상 캡처

◈시신 안치 시설 포화 상태와 정보 차단 속 유포되는 참혹한 영상들

정보 통제 속에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현지 영상과 정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도 테헤란과 인근 카흐리자크 지역의 법의학 시설에는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신이 보관되어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HRANA는 유포된 영상과 제보를 토대로 분석했을 때, 한 시설에만 최대 250구에 달하는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가족들이 참담한 표정으로 혈육의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란 국영방송 IRIB 역시 최근 대형 창고에 수많은 시신이 안치된 모습이 담긴 리포트를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 규모가 숨길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은 더욱 강경해지는 추세다. 이란 당국은 전날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도 보안 당국의 과잉 진압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을 “도시 테러범”의 소행으로 규정하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데 주력했다.

이처럼 이란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기조를 고수하면서 현지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당국이 시위대를 테러 집단으로 간주함에 따라 향후 보안 당국의 진압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란 정부가 즉각적인 폭력 사용을 중단하고 구금된 시민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현지에서는 여전히 인터넷 차단과 무력 진압이 병행되며 인권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 현장의 모습.
이란 반정부 시위대 현장의 모습. ©SNS

◈리알화 폭락과 경제난이 촉발한 민심… 전국 186개 도시로 번진 거센 저항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의 근저에는 한계에 다다른 경제난과 민생고가 자리 잡고 있다. 리알화 가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물가가 치솟자, 지난달 27일 테헤란의 상인들이 먼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상인들로부터 시작된 저항의 불씨는 곧바로 대학가로 옮겨붙었으며, 현재는 전국 31개 주의 186개 도시로 확산되어 16일째 멈추지 않고 있다. HRANA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위가 발생한 지점만 전국적으로 585개소에 달한다.

시위 초기에는 물가 안정과 경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으나, 당국의 강경 진압이 이어지면서 시위의 성격은 체제 비판과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로 변모했다. 특히 젊은 층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저항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이란 사회 전반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기간 이어진 제재와 실정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국민의 인내심을 폭발시킨 셈이다.

현재 이란 내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 정국이다. 정부는 인터넷 차단을 통해 시위대의 결집을 막으려 하지만, 시민들은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제 시위를 넘어 이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제사회 역시 이란 내 유혈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 행위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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