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병원 인근에 서서 대화를 제안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75세 여성이 형사 기소됐다. 그는 낙태 시설 인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른바 ‘완충지대(buffer zone)’ 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에 따르면, 로즈 도허티(Rose Docherty)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2월 사이 글래스고 퀸 엘리자베스 대학병원 인근에서 팻말을 게시한 혐의로 ‘낙태 서비스(안전 접근 구역) 스코틀랜드 법(Abortion Services (Safe Access Zones) Scotland Act)’에 따른 두 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도허티가 병원 반경 200m 이내에서 낙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공·중개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도허티가 들고 있던 팻말에는 “강요는 범죄입니다. 원하시면 대화하겠습니다(Coercion is a crime, here to talk, only if you wan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허티는 글래스고 셰리프 법원에 출석했으나 유·무죄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으며,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를 지원하고 있는 국제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맹(ADF) 인터내셔널은 지난12월 19일 열린 심리에서, 완충지대 외 지역까지 접근을 제한하던 이전의 보석 조건이 철회됐다고 밝혔다.
도허티는 ADF 인터내셔널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사람들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귀 기울여 주겠다고 했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대화를 원한 사람에게만 동의에 기반한 대화를 제안했을 뿐”이라며 “단지 대화를 제안했다는 이유로 누구도 범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률은 2024년 시행됐으며,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반경 200m 이내에서 괴롭힘이나 어떠한 형태의 ‘영향력 행사’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 의원 질리언 맥케이(Gillian Mackay)가 발의한 이 법안은 클리닉 주변에서의 위협과 괴롭힘에 대한 민원을 배경으로, 의회에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통과됐다. 법에는 시위의 일부로 간주될 경우 사유지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도허티를 체포한 뒤 공식 경고를 제시했으나,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검찰이 기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도허티는 앞서 2024년 9월에도 같은 병원 인근에서 동일한 팻말을 들고 있다가 체포된 바 있다.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 산하 ‘디시전 매거진(Decision Magazine)’에 따르면, 9월 체포 당시 도허티는 몇 시간 동안 구금됐으며, 양쪽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렸음에도 의자를 제공받지 못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선데이 타임스에 성명을 내고, 이번 체포를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 표현에 대한 폭압적 억압의 또 하나의 심각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이러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 항상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 역시 스코틀랜드의 완충지대 법을 유럽 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도허티 측은 그의 행동이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대화 제안이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ADF 인터내셔널의 스코틀랜드 대변인 로이스 맥래치 밀러(Lois McLatchie Miller)는 “글래스고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범죄일 수는 없다”며 “이 사건은 괴롭힘이나 위협, 폭력적 시위와는 무관하며, 단지 대화를 원한 사람에게 말을 걸겠다고 제안한 평화적인 할머니의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위반 시 최대 1만 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중대한 위반의 경우 상한선은 없다. 또한 법안에는 사유지에서의 가시적인 기도가 시위의 일부로 보일 경우 기소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다만 입법자들은 주거지 내부에서 이뤄지는 개인적 기도는 공공 시위 목적이 아닌 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허티 사건의 다음 심리는 2026년 1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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