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코츠월드에 있는 11세기 건축물인 홀리 루드 교회가 영국 국립교회신탁(National Churches Trust)으로부터 3만 5천 파운드의 보조금을 받았다. ©National Churches Trust

영국 전역의 수백 개 교회가 급증하는 보수 비용과 축소되는 재정 지원 속에서도 문을 열고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긴급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자선단체 내셔널 처치스 트러스트(National Churches Trust)는 최근 전국의 교회와 예배당, 집회소를 대상으로 90만 파운드(약 17억 원)가 넘는 보조금을 배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금은 시급한 복원 공사에 사용되며, 예배는 물론 지역 사회를 위한 돌봄과 사회적 지원, 선교·아웃리치 사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발표는 교회들이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2025년 초 정부의 ‘등재 예배당 보조금 제도(Listed Places of Worship Grants Scheme)’가 변경되면서, 수리 공사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환급에 상한선이 도입돼 많은 프로젝트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이 제도는 지난 20여 년간 교회 건물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2001년 도입 이후 약 1만 3,000곳의 예배당이 필수 보수 공사에 대한 VAT 환급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제도는 2026년 3월까지만 보장되며, 공사 총액과 무관하게 VAT 환급 한도가 2만5,000파운드로 제한됐다.

제도의 향후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자재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많은 교회들이 재정 공백을 겪고 있으며, 제도가 전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시급한 보수 공사를 미루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셔널 처치스 트러스트는 교회 건물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분명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교회 건물에 1파운드를 투자할 때마다 지역 공동체 활용, 자원봉사, 문화 활동, 각종 지원 서비스 등을 통해 약 16파운드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원금은 개인 기부자와 유산 기부, 그리고 울프슨 재단(Wolfson Foundation), 내셔널 로터리 헤리티지 펀드(National Lottery Heritage Fund) 등 다른 보조금 제공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마련됐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구조적으로 긴급한 문제를 겪는 교회에는 최대 1만 파운드의 추가 보수 지원금도 지급됐다.

울프슨 재단의 최고경영자 폴 램스보텀(Paul Ramsbottom)은 “지역 공동체의 중심에는 교회가 있다”며 “예배의 장소이자 지역 주민을 위한 지원의 공간이며, 공동의 유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울프슨 재단은 이처럼 특별한 건축 유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교회들이 미래 세대까지 안전하고 좋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내셔널 처치스 트러스트와의 협력을 계속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대상에는 코츠월드 지역의 색슨 시대 교회도 포함됐다. 이 교회는 헤들리 트러스트(Headley Trust)로부터 7,000파운드의 지원을 받아 1,000년이 넘는 역사상 처음으로 화장실을 설치하게 됐으며, 이는 노인과 가족, 장애인을 위한 큰 접근성 개선으로 평가된다.

옥스퍼드에서는 14세기 교회가 폐쇄 위기에서 벗어나 문을 지킬 수 있었고, 노팅엄에서는 잉글랜드 역사청(Historic England)의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오른 1960년대 교회의 콘크리트 탑이 수년간의 훼손 끝에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랭커셔의 한 교회는 아동 빈곤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위해 안전과 직결된 보수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트러스트는 많은 교회 건물들이 거의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러스트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영국 전역에서 최대 2,000개의 교회가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교회는 여전히 희망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약 5%는 향후 5년 내 교회 존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농촌 지역 교회들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으며, 감리교와 장로교 교단은 상대적으로 더 큰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셔널 처치스 트러스트의 최고경영자 클레어 워커(Claire Walker)는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일부에 해당하는 교회를 돌보는 비용이 지역 주민들에게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교회와 예배당, 집회소가 앞으로도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남을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유산 단체들과 기독교 교단들과 협력하며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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