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서자바주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톨릭 교회의 건물 보수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일부 무슬림 단체가 교회 건물이 불법이라며 폐쇄와 철거를 요구하면서, 지방 정부와 교회 측, 시민사회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자바주 보골군 구눙푸트리 지역 틀라중 우딕 마을에 위치한 성 빈첸시오 아 파울로 가톨릭 교회를 대상으로 항의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는 이슬람 역량강화·개발기구(BP2UI) 소속으로 알려진 약 20명의 무슬림들이 주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교회 건물 철거와 폐쇄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불법 교회를 폐쇄하고 철거하라’, ‘규정을 조작하는 교회를 해체하라’, ‘공동체를 배신하는 교회를 해체하라’, ‘갈등을 조장하는 교회를 철거하라’, ‘국가를 분열시키는 교회를 해체하라’는 문구가 담겼다.
BP2UI 대변인 안하리 술토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교회가 약 25년 전 건축될 당시 인근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건설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성탄절 준비를 위한 리모델링 공사는 새로운 허가가 발급될 때까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넷랄뉴스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보골군 종교사무소장 아흐마드 슈크리는 시위 현장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위가 벌어진 점에 유감을 표하며, 시위에 참여한 인사들 역시 지난 11월 17일 보골군 국가통합·정치위원회(Kesbangpol) 회의에 참석했고, 해당 회의에서 교회 건축 허가가 완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아흐마드 슈크리는 당시 회의에서 교회의 허가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쟁점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대가 교회 건축 허가에 대해 국가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자유는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교회 측은 시위대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교회 법률대리인 시프리아누스 에디 하르둠은 교회 건물이 적법한 건축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 빈첸시오 아 파울로 교회가 2000년 12월 21일 발급된 건축허가(IMB) 번호 645.8/182TRB/2000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디에 따르면, 해당 교회의 설립은 1969년 제정된 종교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공동령에 근거해 이뤄졌다. 이 공동령은 종교 발전과 신앙 활동의 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 관리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당시 규정에 따라 교회 설립이 승인됐다는 것이다.
교회 측은 이 같은 이유로 2006년에 제정된 종교부·내무부 장관 공동규정 제9호 및 제8호가 규정한 새로운 허가 절차가 이번 리모델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교회의 건축 허가가 2000년에 발급됐기 때문에, 이후 도입된 규정이 소급 적용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에디는 1969년 공동령 제28조 1항을 근거로 들며, 공동령 시행 이전에 지방정부가 발급한 예배당 건축 허가는 계속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조 2항은 기존 허가를 받은 예배당의 경우 위치 변경이 없는 한, 보수·개축은 기존 허가에 따라 처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기존 건축 허가 범위 내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도 같은 법적 근거를 토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해석은 2021년 제정된 건축법 시행 규정인 정부령 제16호 제346조 1항과도 부합한다”고 했다.
한편 구눙푸트리 지역장 쿠르니아 인드라를 비롯한 일부 지역 인사들도 이번 시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정부와 치안 당국이 교회에 반대하는 특정 무슬림 단체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보골 교구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성 빈첸시오 아 파울로 가톨릭 교회는 원래 서자바주 치비농의 성가정 본당 소속 공소로 시작했다. 이 공소 예배당은 1996년 PT 페리 손네빌이 기증한 약 1,000㎡ 규모의 부지 위에 세워졌다. 오랜 행정 절차를 거친 끝에, 현재의 교회 건물은 2001년 9월 1일 완공됐다. 교구 측은 당시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교회가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교회는 1,800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성탄절을 앞두고 예배 환경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2025년 10월 초,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회 건축이 불법이라는 소문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확산됐다고 교회 측은 밝혔다.
에디는 이러한 소문이 확산되자 틀라중 우딕 마을장 유수프 이브라힘이 10월 10일 성 빈첸시오 아 파울로 교회의 본당 신부 에코 신부와 교회 관계자들을 마을 사무소로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후 11월 6일 지방정부는 교회가 리모델링을 계속 진행해도 된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11월 8일 유수프 이브라힘 마을장은 가톨릭 교회를 포함한 모든 종교 공동체의 안전과 평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1월 13일, 교회 측은 BP2UI가 ‘불법 교회 설립’이라는 제목으로 보골 군수에게 보낸 서한의 사본을 전달받았다. 에디는 해당 서한의 내용이 과도하고 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기독교 지원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서 이슬람 보수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전도 활동을 하는 교회들이 극단주의 성향의 단체로부터 공격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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