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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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수단에서 한 기독교인 의사가 신앙을 이유로 당국에 의해 수일간 구금됐다가 석방됐다고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블루나일주 주도인 아드다마진에서 근무해 온 의사 야곱 지브릴 글라데메아는 이번 달 초 민간등록 절차를 밟던 중 기독교 신앙이 확인되면서 보안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글라데메아는 조카의 국가등록번호를 발급받기 위해 주 민사등록 사무소를 방문했다가, 신분증에 기재된 종교 항목을 확인한 보안 셀 소속 요원의 질문을 받았다. 군과 경찰, 정보요원으로 구성된 보안 셀은 최근 수단 전역에서 광범위한 체포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요원은 글라데메아에게 왜 기독교인인지 묻고, 그의 답변에 불만을 표시하며 즉각 구금 조치했다.

글라데메아는 이슬람에서 개종한 인물이 아니며, 오래전부터 기독교 신앙을 유지해 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흘간 구금됐고, 그 기간 동안 가족 면회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의 형제가 면회를 시도했으나 당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CDI는 수단에서 현재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각 주에 보안 셀이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RSF 협조자로 의심되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을 자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지 인권단체 ‘비상 변호사들(Emergency Lawyers)’은 보안 셀을 억압과 공포의 수단으로 규정하며, 구금자 중 일부는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석방되거나 재판에 넘겨졌고, 사망 사례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글라데메아는 원래 센나르주 출신으로 현지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해 의료 활동을 해왔다. 그는 가족과 성탄절을 보내기 위해 지난달 블루나일주로 귀국한 상태였다. 구금에서 풀려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와 석방 사실을 직접 전하며, 구금 기간 동안 자신을 위해 기도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수단의 종교 자유 상황은 2023년 4월 내전 발발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국제기독교감시단체 오픈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수단에서는 기독교인 살해와 성폭력, 교회와 기독교인 소유 주택·사업장 공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내전 상황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피난조차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으며, 교회가 포격과 약탈, 군사 점거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RSF와 SAF 양측 모두 이슬람주의 성향을 가진 무장 세력으로, 상대 진영을 돕는다는 의혹만으로 기독교인 피란민들을 공격해 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단 인구의 약 93%는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은 약 2.3%에 불과한 소수 종교 집단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RSF와 SAF 간의 분쟁은 수만 명의 민간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1,200만 명 이상을 국내외 난민으로 내몰았다. 두 세력은 2021년 10월 군사 쿠데타 이후 공동 통치에 나섰으나, 군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무력 충돌에 돌입했다.

CDI는 국제사회에 종교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수단 군 지도부의 주장과 달리, 현지에서는 국가 주도의 종교 박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도어즈는 2025년 보고서에서 수단을 기독교인이 가장 박해받는 국가 50곳 가운데 5위로 분류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순위가 낮아진 것이지만, 전반적인 박해 강도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수단은 2019년 바시르 정권 붕괴 이후 일시적으로 종교 자유가 개선되며, 배교 처벌 조항과 일부 샤리아 법규가 폐지된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기독교인 사회에서는 강경 이슬람법 체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2019년 수단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 명단에서 해제했으나, 현지 상황은 다시 불안정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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