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조선에, 조선을 성서 위에.” 백 년 전, 식민지 청년 김교신이 외쳤던 이 문장이 다시 현 시대에 울린다. <김교신, 백 년의 외침>은 한국 교회가 오랫동안 ‘무교회주의자’라는 이름으로만 기억해 온 김교신의 삶을 문학적 전기로 되살려내는 책이다.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근현대소설 연구자인 저자 류동규 교수는, 그의 글과 일기, <성서조선>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하며 한 인물의 내면과 시대적 몸부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 “가장 사랑하는 조선에 성서를!”
김교신의 신앙과 사상은 단순한 경건주의나 종교적 열정이 아니었다. 그는 기도 체험이나 신비주의, 조직신학의 체계를 따르기보다 ‘성서를 배워 성서를 조선에 주겠다’는 신념 하나로 살았다. 이 책은 그 고백의 깊이를 단순 서술이 아니라 문학적 분석과 함께 보여준다. 관부연락선 위에서 “나는 아무리 해 봤자 조선인이로구나!”라고 외쳤던 그의 자의식은 염상섭 《만세전》과 임화의 〈현해탄〉을 겹쳐 읽으며 새롭게 해석된다.
한국 교회가 잊어버린 “예수의 정신으로 사는 신앙인”의 초상을 복원하는 것이 이 책의 큰 공헌이다. 그는 교회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교회주의—형식과 제도에 갇힌 신앙—를 거부했다. 이 평전은 그 오해를 바로잡고, 한국 기독교가 다시 질문해야 할 ‘성경적 신앙의 자리’를 진지하게 제시한다.
■ 교사·언론인·신앙인·가장 김교신
김교신(1901~1945)은 함흥에서 태어나 일제 식민지의 혹독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었다. ▲1919년 함흥에서의 만세운동 참여, 일본 도쿄에서 우치무라 간조에게 성서 교육을 받음 1927년 《성서조선》 창간, 조선의 영혼을 깨우려 한 15년의 기록 ▲1942년 ‘성서조선 사건’으로 투옥 ▲1944년 흥남 일본질소비료공장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위해 헌신 ▲해방을 4개월 앞두고 순절
이 책은 그가 신앙인으로만이 아니라 언론인이자 교사로서, 또 여덟 남매의 아버지로서 어떤 치열한 일상을 살아냈는지 보여준다. 한 달 구독자 200명을 위해 잡지를 만들며 자기 월급을 털어 deficits를 메우고, 총독부와 인쇄소 사이에서 고개를 숙였던 현실적 굴욕,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밤을 새워가며 성서를 전하려 한 그의 몸짓은 강렬한 감동을 준다.
■ 오늘, 다시 묻는 김교신의 외침
“조선을 성서 위에 세운다”는 그의 외침은 시대를 넘어 질문이 된다. “우리는 어떤 신앙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성서를 ‘지식’으로가 아니라 ‘삶’으로 배우고 있는가?” 교회 바깥에서도 기독교적 사유와 영성이 가능하다는 그의 “넓은 신앙”은 한국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여전히 도전적이다.
<김교신, 백 년의 외침>은 과거의 위인을 기리는 전기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오늘을 성찰하게 만드는 깊은 텍스트다. 교회주의를 넘어선 신앙, 성서에 뿌리 내린 삶, 한 민족의 영혼을 향한 눈물어린 사랑 등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백 년의 시간 너머에서 다시 되살려 독자들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조선에 한국에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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