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기독교의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의 삶을 균형 있게 조명한 기록은 많지 않았다. 신간 <옥한흠 평전>은 그 공백을 메우고, 더 나아가 그의 공과(功過)를 공정하게 드러내며 “가장 정확한 형태의 명예 회복”을 시도한 책이다.
■ 한 목회자의 삶을 넘어, 한국 교회의 시대 읽기
옥한흠의 생애를 기록하는 일은 곧 한국 교회가 격동의 현대사를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1938년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압제 속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가난·혼란을 몸으로 겪으며 신앙을 형성해 갔다. 창씨개명, 조선어 금지, 황민화 정책 등 민족말살의 폭압적 시대를 부모 세대의 기억을 통해 생생히 들으며 자란 그의 어린 시절은,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했던 영적 상처의 축소판이었다.
강단에서 대형 교회 성장을 이끌기까지, 그의 발자취는 한국 사회가 산업화·도시화의 변화를 통과하는 과정과 겹쳐진다. 특히 그는 평신도 제자훈련이라는 혁신적 목회 모델을 통해 당시 교회의 고민에 신학적으로 응답했으며, 새로운 사역의 방향성을 한국 교회에 제시했다.
■ 신앙이 깨어난 순간들 — “예수님이 나를 위해 그처럼 죽으셨다는 사실”
평전은 옥 목사의 신앙이 형성된 중요한 장면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 겨울날, 호롱불 아래에서 어머니에게 마태복음 27장을 읽어 드리던 순간을 그는 평생 잊지 못했다. 예수의 고난 장면을 들으며 흐느껴 울던 어머니, 그리고 “예수님이 나를 위해 그렇게 죽으셨다는 사실을 전에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는 고백이 순간이 어린 옥한흠에게 신앙이 ‘지식’에서 ‘실재’로 옮겨가는 강렬한 체험이 되었다.
그는 이후 성경을 깊이 파고들며 스스로를 깨우는 ‘영적 긴장’의 삶을 평생 유지했다. 말세를 강조한 설교에 흔들려 ‘대환란 공포증’을 겪기도 했지만, 그 경험조차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날카롭게 깨우는 훈련이 되었다.
■ 한국 교회를 위해 남긴 유산, 그리고 새로운 이해
평전은 옥한흠을 성인군자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의 목회적 열정, 제자훈련의 강점과 한계, 한국 교회 성장의 빛과 그림자까지 솔직하고 치밀하게 기록해낸다. 그 결과, 독자는 한 인물을 넘어 한 시대를 객관적·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옥한흠 평전>은 한국교회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목회자를 새롭게 이해하고, 그가 남긴 신학적·영적 유산을 오늘의 관점에서 되짚는 작업은 지금의 한국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성찰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당당한 명예 회복이며, 동시에 한국 교회 현대사의 깊은 재독해(再讀解)” 이 책은 그 작업을 정직하게, 그리고 탁월하게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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