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Imad Alassiry/ Unsplash.com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국제 인권단체인 유럽법치정의센터(ECLJ)가 튀르키예 내 그리스도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이미 구조적으로 정착됐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차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1월 27일부터 30일(이하 현지시각)까지 튀르키예를 방문한 시점과 맞물려 공개돼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보고서는 "튀르키예에서의 그리스도인 박해"라는 제목의 52쪽 분량 자료로, 튀르키예 정부가 교황을 환영하는 모습과 달리 현지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는 위협과 폭력이 일상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직접적인 폭력은 여전히 튀르키예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이라며 무장 공격, 표적화된 폭행, 명시적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신년 전야(12월 31일)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스탄불 첵메쾨이 지역의 쿠르툴루쉬 개신교회에서 한 괴한이 총기를 난사하며 교회를 공격했다. 그는 "우리 무슬림 청년들을 세뇌하지 마라"며 "너희 불신자들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올해 1월 28일에는 이슬람국가(IS) 소속으로 알려진 복면 괴한 두 명이 일요일 미사 중이던 이스탄불 산타마리아 가톨릭교회를 향해 총을 발사해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정치적 관련이 없으며 정신적 장애가 있는 52세 튀르키예인 춘제르 지한으로 알려졌다.

ECLJ는 "2024년 1월의 산타마리아 교회 공격, 반복되는 첵메쾨이 개신교회에 대한 공격, 시리아계 공동체 구성원 피살 사건 등은 불안정한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튀르키예 곳곳의 교회들이 빈번히 테러적 낙서의 대상이 되고, 목회자들이 예배 장소에서 물리적 공격을 받는 일도 보고됐으나 대부분 증오범죄로 공식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튀르키예 내 교육 시스템에서도 기독교 혐오가 재생산되고 있다고 했다. 튀르키예 공교육 체계는 이슬람을 곧 '튀르키예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결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은 가족 내에서조차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ECLJ는 또한 튀르키예 정부가 1915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여전히 공식 부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유럽의회, 프랑스, 미국 등이 인정한 역사적 사실이며, 보고서는 이러한 부정이 역사적 소수자인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난 100여 년간 튀르키예의 기독교 공동체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약화돼 왔는지 역사적·법적 맥락을 정리했다. 20세기 초 전체 인구의 20%에 달했던 기독교인은 오늘날 0.3% 수준인 약 25만7천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이는 폭력, 강제 이주, 법적 배제, 재산 몰수, 제도적 억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로잔 조약이 형성한 협소한 국가 정체성 해석이 튀르키예 현대국가의 스타일을 규정하면서, 수니파 이슬람이 튀르키예 민족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제도적·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국제 오픈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45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거의 모든 교단의 그리스도인이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정치·언론·사회 담론이 기독교인을 외부인, 의심스러운 존재, 국가 안보 위협으로 묘사한다고 분석했다.

ECLJ는 지난해 10월 16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OSCE(유럽안보협력기구) 회의에서도 튀르키예 상황을 우려하며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ECLJ 소속 티보 반덴보스케는 "튀르키예의 모든 기독교인은 적대적 기후 속에서 살고 있으며, 특히 개신교와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은 가장 취약한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외국인 기독교인 132명이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아 가족 포함 약 303명이 영향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그는 “튀르키예 정부가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부정하는 태도가 기독교 공동체 전반에 낙인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LJ는 튀르키예 정부에 기독교 공동체의 법적 지위 인정, 재산권 보장, 기독교 재단의 자유롭고 정기적인 선거 보장, 그리고 유럽인권재판소(ECHR) 판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최근 이스탄불 위스크다르 지역에서 역사적 성 세이비어 아르메니아 병원 재단의 토지 등기 신청이 거부된 사례를 대표적 차별 사례로 들었다.

끝으로 ECLJ는 “종교의 자유와 신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튀르키예 정부가 구조적인 차별을 개선하고 법적·제도적 장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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