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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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종교 억압이 기존의 교회 철거와 폐쇄 조치 같은 가시적 방식에서 벗어나, 훨씬 은밀하고 촘촘한 통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국제인권단체 크리스천솔리대리티월드와이드(CSW)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공개적 충돌 없이 종교 자체를 사회에서 서서히 지워내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음을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보고서에서 중국 칼럼니스트 안셀 리는 “중국공산당은 이제 노골적인 대결을 넘어섰다고 믿는 듯하다"며, "종교를 정복했다고 판단하고 이제는 불로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산처럼 스며드는 방식의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을 “신 없이 사는 국가를 만드는 조용한 해체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제정된 각종 법규와 규정이 기존의 탄압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종교 활동을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통제 방식이 더욱 정교해졌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예전에는 경찰과 보안기관이 주된 억압 기관이었다면, 현재는 민정부, 교육부, 문화·관광청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종교 통제가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화(시니사이제이션)’ 정책을 중심으로 종교적 신념의 정의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는 문화적·사상적 기준을 중국 공산당이 규정하는 방향으로 끌어당겨 종교의 공간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에서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탄압이 아니라 종교의 지속적이고 계산된 소거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CDI는 시진핑 정부가 이러한 종교 정책을 법제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종교 규제는 종종 법안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벌어지는 통제·단속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이후에는 행정적·사법적 장치를 통해 종교 표현을 더욱 제한하는 방식으로 강화돼 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 닝샤 지역 가정교회 지도자 마옌 사건에서도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2023년 제정된 ‘종교 활동 장소 관리 조치’ 제41조는 승인된 장소 밖에서의 종교 활동을 금지하는데, 이를 근거로 마옌은 8월 9일 자택에서 10명의 기독교인과 성경공부를 하다가 체포됐다. 그는 10일간의 행정구금을 거쳐 “불법 집회 조직” 혐의로 다시 형사구금을 당했고, 결국 2024년 3월 9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비록 이전 구금 기간이 인정돼 4월 석방됐지만, 보고서는 “평범한 성경공부 모임까지 범죄로 간주하는 사례”고 평가했다.

CSW는 이 사건이 중국 기독교의 ‘중국화’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교 활동에 대한 규제가 행정 처벌을 넘어 형사 처벌로 확대되면서, 가정교회를 중심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종교 관련 법적 사건은 간헐적 단건에서 지역·종류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억압으로 확대됐으며, 이는 간쑤, 허베이, 닝샤, 티베트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온라인 공간 역시 종교 통제의 주요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9월 시행된 ‘인터넷 종교 정보 서비스 관리 조치’와 ‘침투 저지’ 정책에 따라 디지털 감시가 종교 중국화의 핵심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정책은 민족·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더욱 강하게 시행되며, 중앙정부의 통제 기조가 지역 정책으로 그대로 확장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023년에는 중국 내 모든 종교단체가 ‘중국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공인한 가톨릭애국회는 ‘이중 능력(종교 교리와 중국 전통문화 모두에 정통한 성직자)’ 양성을 목표로 삼았으며, 상하이에서는 푸단대 철학과가 함께 참여해 성직자·수도자·평신도 지도자들의 ‘정치 의식과 문화 소양’ 제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영적 성장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정렬을 위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은 모두 ‘중국화 신학’의 영향을 받으며, 성경과 교리를 중국식 문화 요소와 인위적으로 결합하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푸젠의 ‘팔복 신학’, 동북지역의 ‘감사 신학’, 산둥의 ‘경외 신학’ 등이 그 사례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신학의 발전이 아니라 왜곡”이라고 규정했다.

찬양과 예배 문화에서도 변화가 강요되고 있다. 기존 찬송가는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중국화 성가’로 대체되고 있으며, 결혼식과 장례식 같은 전통적 의례에도 중국식 정치 요소가 삽입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아동·청소년 세대가 종교를 접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정책을 지적했다. ‘미성년자 보호’를 명분으로 종교적 언어·문화·기억에서 청소년을 완전히 분리하려는 시도가 교육 제도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6세에서 18세의 아동을 기숙형 학교로 강제 이동시키고, 이곳에서 만다린어만 사용하는 환경을 조성해 가정적·문화적 기억을 지워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서는 ‘내지반’ 정책을 통해 학생들을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시켜 교육하는 방식이 확산됐다. 티베트 학생들은 허베이나 장쑤 등지로 보내지고, 위구르 학생들 역시 먼 지역으로 이송돼 생활·교육을 받는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식을 “토양을 제거해 뿌리를 말리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언어 사용 역시 엄격히 통제된다. 민족 언어 사용이 금지되고, 학교에서는 물질주의 세계관을 강조하며 종교적 믿음을 ‘청소년 발달에 해로운 것’으로 규정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두 세대 안에 중국 내 여러 신앙 전통과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을 “동화를 넘어선, 설계된 소멸”이라고 규정하며 중국 정부가 갈등을 통한 파괴가 아닌, ‘체계적 망각’을 통해 종교를 지워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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