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2년간 억류했던 생존 인질 20명을 전원 석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지리한 분쟁이 마침내 종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1단계 평화계획을 뿐이어서 이 지역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휴전 합의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성과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 종식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라 지난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1단계가 발효된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을 석방했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1천900여 명을 풀어줌으로써 분쟁 종식의 서막이 열린 거다.
하마스가 생존 인질 전원을 석방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자신의 ‘평화 구상’에 합의한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등 중재국 정상들과 함께 가자지구의 미래가 달린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했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라고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 구상’에 기반해 지난 13일 미국 등 4개 중재국 정상들이 서명한 ‘가자평화선언’은 이번 중동 분쟁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하마스 인질 전원 석방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냄으로써 실질적인 평화의 기틀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휴전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중동에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오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팔레스타인의 재건이 시작되려면 하마스의 무장 해제가 관건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은 당장 하마스가 인질 시신 인질 28명 중 단 4구의 시신만 인도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마스가 협상 과정에서 “72시간 안에 모든 시신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으나 이스라엘은 “시신 4구만 송환된 것은 협정 위반”이라며 “의도적 지연이나 회피는 강력한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사실 지난 9일 합의된 이스라엘-하마스 평화계획은 1단계 안일 뿐이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멀었다는 뜻이다. 당장 1단계에 포함된 가자지구 통치 체계,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 철수 시점 등 민감한 쟁점 사항에 대한 합의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민감한 쟁점 사안에 대해선 서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를 건드렸다가 자칫 ‘평화 구상’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평화계획을 단계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불거질 문제라는 점에서 중동의 평화는 살얼음을 판을 걷듯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민간인을 기습 공격하고 민간인을 인질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이로써 지역의 오랜 분쟁의 고리가 다시 이어지게 된 셈이다.
당초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내부 분쟁 성격이 짙었다. 문제는 이 분쟁에 이슬람 시아파 세력인 레바논·시리아·이라크 무장 세력과 이란·예멘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도와 뛰어들면서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번지게 된 거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 그 배후 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을 궤멸하기 위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이라크를 거쳐 이란 본토를 폭격했다. 이란도 미사일 요격으로 맞섰으나 미군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하자 전의를 상실하고 사실상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가자지구가 왜 지구의 ’화약고‘로 불리는 지는 이 지역의 불행한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자지구는 1947년 유엔 총회 결의로 팔레스타인 영토로 지정됐으나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이후 이집트가 점령했다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199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에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치 구역으,로 확정되면서 이 지역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07년 자치정부 내 강경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권을 무력으로 장악하면서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국지전이 발발하는 등 하루로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휴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마스 측이 인질 전원 석방에 대해 끝까지 거부하는 바람에 타결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궤멸시키는 작전에 나서면서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게 된 거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군의 파상 공격에 하마스를 둘러싼 ‘저항의 축’이 속수무책 무너지게 된 게 이들이 휴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합의는 이제 첫걸음을 뗀데 불과하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 등 더 큰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휴전 합의가 미국의 ‘힘의 외교’가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이것 역시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번 중동 분쟁 종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70년간 분단 상태로 남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말뿐인 ‘평화’, 적대 세력에 조롱당하고 유린당하는 허울뿐인 ‘평화론’으론 단 한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산 교훈을 우리 가슴에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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