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클리닉 기도
이사벨 본-스프루스 ©ADF International

낙태 클리닉 인근에서 ‘침묵기도’를 드린 혐의로 체포됐지만 두 차례 무혐의 판정을 받은 영국의 한 기독교인 여성이 또 다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웨스트미들랜즈경찰은 이사벨 본-스프루스(Isabel Vaughan-Spruce)에 대한 ‘실시간(live)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본-스프루스는 20년 동안 낙태 클리닉 밖에서 기도하며 여성들에게 도움을 제공해 온 친생명(pro-life) 운동가다.

그녀는 자신이 조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경찰의 공식 통보가 아닌, 경찰에 제기한 ‘괴롭힘’ 관련 민원이 기각되면서 우연히 알게 됐다. 기각 사유는 현재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진행 중인 수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본-스프루스는 과거 완충구역(buffer zone)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 체포됐다. 완충구역은 공공장소보호명령(PSPO)에 따라 설정되며, 낙태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표현”을 금지한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기소가 취하됐고, 그는 웨스트미들랜즈경찰로부터 불법 체포에 대한 보상금 1만3천파운드(약 2천2백만원)를 받았다.

그녀의 법률 지원을 맡은 ‘자유수호연맹(ADF UK)’에 따르면, 본-스프루스는 매주 해당 낙태 시설 인근에서 기도를 이어왔으며, 경찰관들이 종종 그녀를 지켜보거나 다가와 “기도하고 있느냐”고 묻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 조사 소식에 대해 본-스프루스는 “잘못 체포됐다가 완전히 무혐의 판정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경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20년간 해온 동일한 기도로 또다시 조사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침묵 기도는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사상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검찰청(CPS)은 지난해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에 완충구역이 도입된 후, 적용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낙태 클리닉 150m 이내에서 ‘낙태 접근 또는 제공을 방해·영향·괴롭힘·불안·공포를 유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다만, ‘침묵기도’와 같은 행위가 항상 범죄로 간주되지는 않으며, 모든 사실과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사건은 CPS 지침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제 ADF 법률고문 제레마이아 이구누볼레는 “완충구역은 현대 서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검열 형태 중 하나”라며 “경찰이 단지 특정 장소에 서서 특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웨스트미들랜즈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CPS로부터 향후 조치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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