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세례 영성체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Unsplash

독일 가톨릭 교회의 여러 교구가 동성 및 비정규 결합에 대한 축복을 포함한 새 지침 채택을 거부했다. 비판자들은 해당 지침이 바티칸의 공식 지침과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 매체 가톨릭헤럴드(Catholic Herald)에 따르면 아우크스부르크, 아이히슈테트, 파사우, 레겐스부르크 교구는 최근 쾰른대교구와 함께 독일 주교회의와 독일 가톨릭 중앙위원회(ZdK)가 공동 작성한 사목 지침 ‘사랑에 힘을 주는 축복(Segen spendet Liebe Kraft)’ 채택을 거부했다.

이 지침은 지난 3월부터 배포됐으며, 음악·성경봉독·의식 요소를 포함한 부부 축복 예식 틀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거부한 교구들은 해당 내용이 2023년 12월 18일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발표한 선언문 ‘피두치아 수플리칸스(Fiducia Supplicans)’와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바티칸 문서는 동성·비정규 결합에 대해 짧고 자발적인 축복은 허용하지만, 혼인 예식과 유사한 전례적·의식적 형태는 금지하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교구는 지침이 ‘축복식(blessing ceremonies)’과 행사 미적 지침을 제시해 축복과 성사혼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베르트람 마이어 주교는 “바티칸 문서는 의식을 권장하거나 제도화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독일 지침은 ‘축복 축하(blessing celebrations)’를 명시하고 경험 공유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쾰른대교구는 올해 초 “보편교회의 규정 안에서 하느님의 동행을 확신시킬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고, 레겐스부르크·아이히슈테트·파사우 교구도 유사한 입장을 내며 지침을 거부하고 바티칸의 기존 지침 준수를 강조했다.

반면, 림부르크·오스나브뤼크·트리어·힐데스하임·아헨 등 11개 교구는 지침을 공식 채택했다. 마인츠의 페터 콜그라프 주교는 모든 사목자에게 지침을 전달하며 준수를 권고했고, 뷔르츠부르크 교구는 웨딩 박람회에서 축복 예식을 홍보하기도 했다.

일부 교구는 중간 입장을 취하고 있다. 뮌스터 교구의 안토니우스 하머스 행정관은 “지역 사제들의 민감성과 사목적 공감을 신뢰한다”고 밝혔고, 베를린의 하이너 코흐 주교는 직접 축복을 집전하지 않지만 사목 상담 후 집전하는 성직자를 제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독일 주교회의 총회에서 승인된 것도 아니다. 주교와 ZdK 위원들로 구성된 공동 자문기구가 발표했지만, 규범 제정 권한은 없다.

평신도 단체 ‘노이어 안팡(Neuer Anfang·새로운 시작)’은 이 지침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도와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피두치아 수플리칸스’의 목적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루드비히 뮐러 추기경은 이를 “중세 면죄부 거래에 비견되는 행위”라며 “하느님 앞에서 무효한 ‘경건한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