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1970년대 청계천 빈민 구호에 헌신한 일본인 목사이자 사회운동가인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목사가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푸르메재단은 27일 노무라 목사가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하던 중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식은 별도로 진행되지 않았다.

1958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노무라 목사는 일제강점기의 흔적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목격한 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도쿄 자택을 매각해 빈민 구호 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일본을 비롯해 독일, 뉴질랜드 등 국제 사회에 직접 도움을 요청해 탁아시설 건립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쳤고, 약 8억 원(당시 7,500만 엔) 규모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노무라 목사는 청계천, 동대문시장, 구로공단 등 당시 한국의 산업현장을 직접 다니며 사회 곳곳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2006년 이 기록물 2만여 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도덕적 연대와 반성으로 이어졌다. 2012년, 그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했다. 이 사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는 일본 극우 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동화작가 임정진 씨의 소개로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고,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을 찾아 위로했으며, 푸르메재단 병원 건립을 위한 기부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아들 노무라 마코토 씨는 "아버지는 수입이 줄어든 노후에도 조금씩 저축하며 기부를 멈추지 않으셨다"며 "스스로를 낮추며 성경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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