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킹스>에 대한 호불호가 뜨겁다. 굳이 시간을 내서 애니 한 편을 갈 시간을 낸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관람을 했다.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의 <예수의 생애>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책을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점은 원작자라고 하는 찰스 디킨스가 소위 ‘유니테리언’이라는 사실이다. 디킨스는 예수님을 현자 정도일 뿐, 하나님으로 믿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찰스 디킨스의 작품 가운데 아주 잘 알려진 크리스마스 케롤은 막시즘적 세계관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부자 스크루지를 악으로, 가난한 자는 선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 구조로 글을 썼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자칫 <킹 오프 킹스>를 해방신학적 관점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우려도 했다. 이런 우려는 우리에게 좌파로 잘 알려진 유명한 역사 강사의 홍보 해설이 한 몫을 했다. 그의 해설은 로마의 억압을 강조하면서, 예수님이 사람들로부터 인기와 환호를 받은 이유를 “낮은 자들을 향한 공감, 용서, 화해”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강사의 해석을 시청하면서 이 애니가 해방신학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작 애니를 본 후에 이런 우려는 많이 해소 되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먼저 문제점부터 언급해 보자.
첫 번째 문제점은 처음 도입부분에서 시작된다. 영화에서 디킨스와 아내에겐 아주 장난이 심한 아들이 있다. 이 아들은 작품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시작부분에서 지나칠 정도로 버릇없는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나온다. 디킨스는 아들에 의해 공연을 완전히 망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매우 분노하고 그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는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아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계속 두둔만 한다. 그리고 아들은 적반하장이다. 부모는 몰상식하고 버릇없는 아들의 행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잘못 하는 아이는 너무 당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아들 앞에서 죄인처럼 행동하며 기분만 맞춰주기에 급급하다.
두 번째는 예수님께서 이적을 행한 사건에 대한 디킨스의 해석이다. 디킨스는 예수님이 이적을 행한 사건을 설명해주면서 기적은 “믿음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설한다. 이 부분은 어느 목사님께서 유튜브로 지적하신 것처럼 이것은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이었다(아예 이런 해설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해석은 디킨스가 가지고 있는 유니테리언적 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표현만 본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이 아니라, 단지 믿음이 좋은 청년이며, 그는 세례를 받을 때 성령이 임함으로 ‘하나님의 아들’, 다시 말해서 양자가 됐다는 양자론(養子論)으로 해석될 빌미를 준다. 그러나 다행이도 (본인이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이후의 장면에서는 이런 양자론적 메시지로 보이는 장면은 없어보였다.
그러면 긍정할만한 부분이 무엇인지 보자. 첫째로, 작품성과 스토리 구성이 매우 매끄럽고 훌륭하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은 매우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 메시지가 끊기는 느낌이 별로 없고 디테일을 많은 성경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애니를 보는 관객들 가운데 비기독교인들이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록 어려운 성경용어를 지루하지 않게 해석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월절’이란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설명해 주고, ‘말구유’라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설명해 준다. 하다못해 인간이 타락하게 된 원인도 창세기를 설명하며 이해를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가 지루하지 않게 구성됐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구성이라고 본다.
세 번째는 성경의 내용을 심각할 정도로 왜곡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경 애니를 보면 흥미위주로 스토리를 구성하다보니 성경의 내용을 비교적 많이 훼손하곤 한다. 그에 비해 <킹 오브 킹스>는 성경 내용을 비교적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애쓴 노력이 보인다. 물론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을 사용다보니 성경을 인용할 때, 오해 소지가 보일 수 있는 표현의 왜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네 번째는 예수님의 대속을 비교적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소년 윌슨이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생각하며 물속에 점점 잠기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예수님은 어린 소년을 잡고 그 몸을 감싸 돌리면서 자신은 물 바닥으로 빠져들고 아이는 물 위로 올린다. 이는 아이의 죽음을 예수님이 대신 죽으셨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세례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하여 대속의 사랑을 어느 정도 잘 표현했다고 본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예수님의 부활사건에서 윌슨이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질문을 하자, 디킨스가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한다. “이 성전을 허라. 내가 3일 만에 다시 세우리라”는 말씀으로 부활을 설명해준다. 이는 예수님 자신이 바로 성전이며, 주님의 부활은 새로운 성전의 건축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이제 글을 정리해 보자. 한 번 보고 애니에 대해 리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무리한 칼럼을 쓰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칼럼을 쓰는 것은 이 애니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경 내용을 애니로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니는 그 자체로 신학 강좌가 아니기 때문에 성경의 신학을 더 정확하게 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애니는 분명히 비판을 감수 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중적 인기가 높을수록 이런 고통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몇 몇 영향력 있는 분들은 이 애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불편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적과 책망은 앞으로 또 나오게 될 기독교 영화나 애니가 더 조심성 있고 신중하게 나올 수 있도록 자극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만일 이런 역할을 하시는 분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는 기독교 영상 작품들이 신학적 고삐가 풀리는 역효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비판적 풍토는 정말 환영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자녀들에게 어떤 애니를 보여주든지 같이 보고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바란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고, 좋은 부분은 좋은 부분이라고 말해주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기독교 영상 작품을 바르게 분별하며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이제는 영상의 홍수 속에서 무조건 못 보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쪼록 <킹 오브 킹스>를 보는 기독교 부모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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