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에 접어들면서 해외로 ‘단기선교’를 떠나는 교회 단위 단체 여행객들로 인천공항 출국장이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비전트립’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단기선교’란 비교적 짧은 일정으로 해외 선교지를 찾아 선교 현장을 경험하는 걸 말한다. 교회 청장년들이 선교지를 직접 방문해 현지 선교사들의 사역을 돕는 가운데 선교 비전을 키우고 경험을 공유하는 장점이 있다.
주로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이용해 진행되는 단기선교 체험은 선교에 대한 동기 부여 차원에서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짧은 시간에 보고 경험한 것이 마치 선교의 전부 인양 생각해 오히려 시야를 좁게 만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교계에 한동안 논란이 됐던 게 ‘단기선교’라는 용어 사용의 문제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파송 후 짧게는 10년에서 20년 이상 사역을 한 후 은퇴하게 된다. 이런 장기 선교사들과 최소 1년에서 2년 정도 사역하고 임무를 마치는 선교사를 구별하기 위해 ‘단기선교’란 말이 생겨났던 거다. 그런데 교회마다 선교 붐이 일어나면서 1~2주 선교지를 방문하는 여행팀에도 저마다 ‘단기선교’라는 명칭을 붙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선 이런 용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선교단체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단기선교’라는 용어를 쓰는 대신 젊은 세대의 선교 비전을 고취한다는 뜻에서 ‘비전트립’이란 이름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한국교회에 ‘단기선교’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가 2000년대다. 그전까지 해외여행은 특별한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격과 함께 국민 개개인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비행기를 타고 나라 밖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 동네 마실 가는 것처럼 쉬워지자 한국교회도 선교사를 후원하는 데서 직접 찾아가 경험하는 선교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교회마다 ‘단기선교’ 혹은 ‘비전트립’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교회의 존재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란 이 세상 땅끝까지 복음을 증거하도록 보내심을 받은 선교적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짧은 일정이라도 선교 목적의 여행이라면 최소한 1년 이상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그건 선교라는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무장하려는 뜻도 있지만, 현지에서 맞닥뜨릴지도 모를 불상사와 사고를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교회가 진행하는 ‘단기선교’ 혹은 ‘비전트립’은 떠나는 목적뿐 아니라 목적지에서 일반 여행과는 차이가 있다. 휴가를 목적으로 찾는 여행지가 일본, 대만 하와이, 호주 등 유명 관광지라면 선교여행은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한국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나라들에 집중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면 전 세계 192개국을 비자 없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비자 없이 입국이 허용된 나라라도 선교 목적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단순 여행 목적으로 갔다가 다른 목적이 드러나면 추방당하거나 심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한국 선교사들이 파송된 나라 중에 이런 나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중동 이슬람권 국가들은 기독교 포교 활동에 매우 적대적이다. 7월 1일 현재 외교부가 여행금지국으로 정한 곳은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시리아, 리비아, 우크라이나, 수단, 아이티 등 9개국과 필리핀 잠보앙가 반도, 러시아 쿠르스크주 등 10개 지역이다. 이들 국가와 지역은 내전, 무장세력 활동, 테러 위협이 높은 만큼 방문을 피하는 게 좋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인에게 한시적으로 한 달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선교 목적으로 중국에 가는 건 위험하다. 지난 5월 1일부터 외국인의 종교 활동, 선교활동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법으로 금지한 종교 행위는 불법 종교 활동 지원, 허가받지 않은 설교, 단체 종교 활동, 중국 국민을 신도로 만들거나 성직자로 임명하는 것 등 다양하다. 사실상 선교사와 기독교인들의 선교 활동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선교뿐 아니라 카메라로 주요시설을 촬영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특정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간 지난해 4월 통과된 개정 ‘반간첩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최근 필리핀 북부 앙헬레스시에선 한국인 관광객이 2인조 오토바이 강도에게 습격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한국의 경제 수준이 상승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인들을 노리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세계가 넓은 만큼 선교지는 광활하다. 선교 140년 된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가 북한 등 적성국 몇 개를 빼고는 안 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런 선교지를 직접 방문하는 건 현지 선교사에게도 격려가 되고 선교 경험을 공유하는 측면에서 피차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안전에 우선할 순 없다. 아무리 선한 동기라도 안전을 보장해 주진 않기 때문이다. 선교 현장을 체험하고 비전을 키우기 위해 떠난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단기선교’의 성과이자 마침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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