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
도서 「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독일은 패전 직전의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 도시들은 잿더미가 되었고, 사람들은 굶주림과 공포, 윤리적 혼돈에 시달렸다. 바로 그때, 독일 교회의 대표적인 설교자이자 신학자였던 헬무트 틸리케는 폐허의 현장에서 ‘주님의 기도’를 강해했다. 신간 도서 <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는 이 역사적 설교의 깊은 통찰과 신앙 고백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담아낸 책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 폭탄과 고통 속에서 울려 퍼진 기도

이 책은 전쟁이라는 극단의 현실 속에서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 서야 하는지를 주기도문을 통해 풀어낸다. 틸리케는 단순히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독일 사회가 히틀러의 광기를 벗어나 폐허에 빠졌을 때,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할 유일한 길은 기도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가 말하는 기도는 무력한 종교인의 낭만적 주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되는 실존적 해방이며, 세상의 불안과 파괴, 죽음을 통과하며 여전히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성도의 탄식이다.

“운명의 힘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완전한 해방을 안겨다 주는 유일한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 기도해야 하는가?” – 믿음의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책에서 틸리케는 기도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을 제기한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아신다면 기도는 왜 필요한가?”, “우리가 하는 기도가 그릇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나님은 존재하시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그는 교리적 해답이 아닌 삶에서 길어 올린 신앙적 증언으로 응답한다. 그는 말한다. “기도는 철학자의 미사여구가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짐을 면제해주시지 않는다. 다만 그 짐을 짊어질 수 있도록 우리 편에 서 계신다.”

기도란 모두가 겪는 고통과 두려움을 모두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울부짖는 것이며, 동시에 그분이 주시는 새로운 삶의 힘을 공급받는 자리다. “그분은 단순히 죽음을 몰아내시지 않습니다. 그 죽음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최후의 적으로 남겨 두십니다.”

“주기도문은 무너진 세상 속에 던져진 구원의 메시지”

틸리케는 주기도문이 단순한 신앙 암송문이 아니라, 세상을 껴안는 하나님의 통치 선언이라고 말한다. 이 기도는 전시 상황, 고난의 현실, 영적 암흑 속에서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이 기도는 “예외 상황 속에 노예처럼 갇힌 인간”을 품어주는 하나님의 음성이기 때문이다.

그가 해석한 주기도문은 위기와 불안을 통과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정치적 갈등, 윤리적 붕괴, 경제적 불안, 교회의 신뢰 위기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임하소서’라고 기도하는 그 고백은,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실제적 저항이자 고백이 된다.

“기도는 사랑에서 시작된다” –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틸리케는 기도를 ‘신학적 행위’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도는 사랑의 언어이며,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된 실천이라고 본다. “어머니가 아이를 이해하는 것은 이론을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형제의 고통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보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도는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우는 자리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는 이들의 침묵 속 고백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기도의 본질이다.

불안과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기도하는 법

<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는 단순한 주기도문 해설서가 아니다. 이 책은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믿음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바치는 살아 있는 증언이자, 고통과 혼돈의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은 살아 계시며 말씀하고 계시다는 선포이다.

헬무트 틸리케의 이 강해는 당시 독일 교회를 일깨웠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의 교회와 신앙에도 깊은 도전을 줄 것이다. 시대가 절망을 말할 때, 기도는 하나님이 여전히 일하고 계심을 증언하는 성도의 마지막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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