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소장)가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교수),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조동준)과 함께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 드림홀에서 ‘2025 한국 개신교의 정치문화’라는 주제로 특별공동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개회사, 조사결과 발표, 발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으며 임성빈 박사(문화선교연구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전 총장)가 개회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 함께 모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개신교인으로서 느끼는 위기감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고자 문화선교연구원의 연구자들이 역사학자, 사회과학자, 통계 전문가들과 협력해 위기의 본질을 교회사적·실학적으로 분석하고, 목회데이터연구소 및 한반도평화연구원의 연구자들과 동역하여 얻은 결과를 교회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자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이중적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며, 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김진양 부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가 ‘개신교인 정치문화 형성과 지형’이라는 주제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개신교인의 정치·사회적 인식 지형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행되었다. 이 조사는 전국 1,000명의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신앙과 정치, 사회윤리, 보편적 가치에 대한 태도와 신념을 측정했다. 설문 문항은 정치적 정체성과 이념 성향, 차별에 대한 태도, 신앙과 사회적 책임의 관계 등을 포괄하며, 이를 통해 한국 개신교인의 신앙이 실제 사회적 판단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본 문서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신교인의 정치적 스펙트럼, 갈등 요인, 세대 간 인식 차이, 신앙과 사회 윤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정리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조사 결과, 응답자의 26.5%가 스스로를 '보수'로, 25.2%는 '중도', 18.2%는 '진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권자와 비교할 때, 개신교인은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나, 동시에 중도층의 비율도 비슷하거나 더 높게 나타나 이념적 균형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특히 정치적 견해는 연령과 성별, 출석 교회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예를 들어 장년층과 일부 대형교회 교인은 보수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반면,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한국 개신교 내 정치적 일체화가 아닌, 복합적이고 분화된 이념 지형이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답자의 80.4%는 ‘기독교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응답해, 신앙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실천을 요구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3.4%는 ‘목회자는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답해, 목회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기대 역시 존재했다. 이는 개신교인 다수가 교회의 공적 책임을 인식하면서도, 목회자의 정치 발언이나 정치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신앙을 통한 사회참여는 필요하되, 그것이 교단이나 목회자의 정치적 개입으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개신교인의 공적 신앙의식은 일정한 긴장과 조율 속에 있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김 부대표는 “‘차별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항에 86.4%가 동의하면서도, ‘동성애는 죄이므로 반대한다’는 문항에도 62.8%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개신교인이 인권과 차별에 대한 원칙적 동의와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윤리관 사이에서 균열된 인식을 보이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 보호와 기독교 윤리 사이의 긴장, 그리고 이를 둘러싼 해석의 다양성은 향후 교회 내 포용성 담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는 젊은 층일수록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세대 간 문화적 감수성과 신학적 입장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세대 간 갈등’(23.7%)과 ‘이념 간 갈등’(22.8%)이 꼽혔다. 이는 교회 내에서도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차이와 갈등이 존재함을 암시하며, 특히 정치적 발언을 둘러싼 목회자와 성도 간의 긴장, 세대 간 문화적 간극, 교회의 공적 발언에 대한 기대와 우려 등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다양한 갈등 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교회가 이념적 통일성을 강요하기보다는 건강한 대화를 통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다수의 응답자가 '교회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함으로써, 교회 내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조사는 한국 개신교인이 단일한 정치·이념 집단이 아니라, 세대·신학·문화적 배경에 따라 분화된 다층적 정체성을 지닌 집단임을 보여준다. 신앙은 여전히 강력한 윤리적·사회적 동기의 원천이지만, 이를 현실 정치나 사회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단순한 이념적 편향에서 벗어나, 신앙에 기초한 공적 책임과 사회 통합, 그리고 갈등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되, 그것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환원되지 않도록 하는 신학적·윤리적 분별력이 지금 교회와 목회자에게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포럼은 이어 백광훈 원장이 ‘한국 개신교는 극우인가? 그 현상과 과제’, 조동준 원장이 ‘한국 기독교는 한국사회로부터 고립된 섬인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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