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수·진보로 완전히 갈라져 진영 싸움
교회도 그런 성향 고착화, 중도는 거의 없어
많은 기독교인들, 자유민주 위해 탄핵 반대
한국교회, 목사 압수수색에 적극 대처해야
선거서 정당만 보기보다 사람 보고 판단을

정서영 목사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인 정서영 목사.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다”며 “누가 정치를 잘하느냐가 아니고, 그냥 진영 싸움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상고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오는 6월 3일 치러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의 탄핵정국을 거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역사의 변곡점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국교회도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정치 사태는 한국교회에도 커다른 영향을 끼쳤고, 곧 치러질 대선 역시 어떤 식으로든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이에 기독일보는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정서영 목사를 만나 현 시국 등을 주제로 인터뷰했다. 아래는 정 목사와의 일문일답.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 시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참 답답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지금이 더 답답하게 느껴져요. 그 때는 탄핵에 대한 저항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만이 있어도 그냥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그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과연 정당했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진보진영 사람들을 만나보면 또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나라가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습니다. 누가 정치를 잘하느냐가 아니고, 그냥 진영 싸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지금 한국교회는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한국교회도 보수와 진보로 뚜렷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그런 성향이 점점 고착화 되어 상대 진영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 정치인들도 굳이 교계를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자신을 지지할 진영은 정해져 있다고 보니까요. 중도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 되었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세이브코리아 기도회 등을 통해 탄핵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여러 모습들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표적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답답함을 세이브코리아 등 거리 집회에서 표출했던 것이죠. 2030 젊은 세대들을 포함해 대한민국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고 생각해요.”

-최근 경찰이 세이브코리아 기도회를 이끌었던 손현보 목사를 상대로 그가 담임하는 세계로교회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서영 목사
정서영 목사는 선거에서 “사람을 보지 않고 그저 정당만 보고 따라 가면,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상고 기자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정교분리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는데, 그것은 정치와 종교, 양자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진짜 뜻은 권력을 가진 정치가 종교 자유의 보장을 위해 종교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교분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정말이지 큰 사건입니다. 공권력이 교회에 들어와 압수수색을 한, 기독교 역사에 남을 큰 사건입니다. 이게 허용되기 시작하면 정교분리 원칙은 없어지는 것입니다.

기독교 안에서 이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계 일각에서는 성경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을 가지고 중립이나 중도를 말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해 신앙에 중도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와 함께하지 않으면 나를 반대하는 자’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과 함께하든 안 하든 둘 중 하나라는 말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번 압수수색 사태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인지, 국민들과 기독교인들이 다 판단하고 있을 것입니다. 각자의 양심과 신앙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다만 정당보다는 사람을 보시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을 보지 않고 그저 정당만 보고 따라 가면,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기총 정상화하려 애썼던 2년, 후회 없어
교회, 국가 미래 위한 국민 통합에 역할을

-지난 2년 간 대표회장으로서 한기총을 이끄셨습니다. 소회가 어떠신가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꾀 부리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해서 한기총을 정상화하려고 애썼던 2년이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한기총은 한국교회에 정말 중요한 보수 연합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픔을 딛고 더욱 성숙할 것입니다. 제 바람은 보수 교계를 대표하는 한기총과 진보 교계를 대표하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렇게 두 개의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때론 견제하면서 한국교회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속하신 예장 합동개혁 측과 예장 개혁 측이 서로 통합해 하나의 교단이 되었다가 최근 다시 분리되었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었던 건가요?

“지난 1985년 설립된 예장 합동개혁 측은 40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이합집산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교단과 합쳤던 건데, 참 힘들었습니다. ‘교단을 합치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통합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통합에 부정적이었고, 이것이 문제가 됐던 겁니다. 자꾸 반복이 되니까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서로 더 상처받기 전에 헤어지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결국 다시 분리됐습니다. 그러나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서영 목사
정서영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있었던 지난 2년에 대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꾀 부리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해서 한기총을 정상화하려고 애썼던 시간”이라고 전했다. ©김상고 기자

“지금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크게 갈라져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젠 국가를 위해 서로가 조금씩 물러서서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생각과 사상이 어떻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일들을 우리 교회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교계 연합기관이 하루빨리 하나 돼야 할 것입니다. 미력하나마 이 일에 저 역시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서영 목사는

개신대학원대학교(신학석사)와 서울기독대 대학원(Ph.D.) 등을 나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세기총)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제26·27대 대표회장을 지낸 뒤, 지금은 통합추진위원장으로 있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충신중앙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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