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월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2 한미 고위급 협상'을 시작으로 양국 간 관세 협상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관세율 인하를 위한 실질적 교두보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측 협상 대표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선다. 최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며, 안 장관은 이번 협상 참석을 위해 23일 출국했다. 이들은 협상 기간 중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참여 등을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및 조선업 협력 강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이러한 카드들이 무역수지 개선을 원하는 미국 측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일본, 인도, 호주, 영국 등 5개국과의 무역 협상을 우선 추진 중이며, 베선트 장관은 협상 상대국이 실질적인 제안을 제시할 경우 빠른 타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이슈를 통상과 연계하려는 '패키지 딜' 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 민감한 사안이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양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1조5192억 원으로 합의한 바 있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특히 자동차 품목에 대한 25% 관세 면제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상호관세 체제를 감안할 때, 전면적인 관세 감축 논의가 우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일정 수준의 성과를 도출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협상 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덕근 장관 역시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협의 기반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차기 정부에 협상의 바통을 넘기더라도 산업계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협상이 단기 승부가 아닌 중장기 전략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경제 기여도를 부각시키는 한편, 수출 다변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석재 우석대 교수는 “정부 공백기에는 기업들이 한미 교섭 결과를 지켜보며 유연하게 수출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며, “일시적 수출 타격을 피하려면 대체 시장에 집중하고, 협상 성과에 따라 수출 방향을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국은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가 많은 국가로, 원활한 수출이 지속적인 투자의 전제가 된다”며, “대미 투자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당분간 기업들은 미국 이외의 국가로 수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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