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마 22:21)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가이사(황제)에게 세금 바치는 것이 가하냐고 물었을 때 예수님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하나님이 인류구원의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교회와 함께 세속국가를 세우시고 교회와 국가에 각각 그 고유한 영역을 정해주셨다는 말씀으로서 이후 기독교 세계에서 종교와 정치의 분리에 관한 가장 고전적인 근거가 되었다.
중세 기독교 교리를 확립한 어거스틴은 「천국론(The City of God)」에서 세속적인 국가권력이 영적인 교회권력과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과 국교화 이후 로마가톨릭교회는 중세시대를 통해 교황권의 절대적 우위에 바탕을 두고 국가를 종교에 예속시켰다. 이러한 교회권력에 의한 세상권력의 지배는 교회의 부패로 이어져서 종교개혁을 야기하였음은 물론이다.
종교개혁의 이론가인 칼빈은 ‘이중정부론’을 통해 근대적인 정교분리원칙을 확립하였다. 즉 세상에는 영적인 정부와 세속적인 정부라는 이중통치구조가 필요하며, 영적인 통치와 세속적인 통치는 구분되어야 하지만 서로 협력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보았다. 칼빈의 사상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제23조 “위정자에 대하여”로 성문화되었고 청교도들이 세운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로 계승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하여 종교의 자유와 함께 정교분리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권력은 종교의 고유 영역에 개입할 수 없다. 가령 교회의 예배는 어떻게 드려야 하는가, 교회에는 어떠한 성직과 사역자를 두는가, 목사와 장로, 집사의 자격을 어떻게 정하는가, 교회의 헌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는 교회에서 정하며 국가의 통제를 받거나 보고할 필요가 없다. 현재 국가나 공공기관이 관장하는 수많은 자격시험에 목사나 장로 자격시험이 없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교분리원칙이 교회에 치외법권적 특권이 부여된다는 의미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비록 우리의 눈과 머리는 국가권력을 초월한 주님이 계신 하늘나라를 향하고 있을찌라도 우리의 발은 세상이 지배하는 땅을 디디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교인이든 목사, 장로, 집사이든 대한민국 국민이고, 교회는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설립되고 운영되는 단체(사단)로서 당연히 국가법을 준수해야 한다. 교인인 남자들은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군대에 가야하고, 목사들도 사례비를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교회건축은 건축법을 준수해야 한다. 목사들이 교회 공금을 함부로 사용하면 형법상 횡령죄가 되며 교회내에서 교인들끼리 싸우게 되면 폭행, 상해, 예배방해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디까지가 가이사의 것이며, 어디까지가 하나님의 것인지를 잘 분별하는 지혜로운 성도가 되어서, 가이사의 법을 부당히 어김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