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나 간증을 들으면서 은혜를 받았다고 하는 이들이 참 많다. 우선 설교를 들음으로써 발생하는 결과에 관한 얘기부터 해보자. 과거 학교 채플 시간에 강사로 오신 한 유명 목사님이 설교를 한 적이 있다. 그 설교는 나의 분노를 폭발시킬 정도로 본문에서 완전히 벗어난 잘못된 설교였다. 그 설교가 그분이 외부에서 설교할 때마다 제일 즐겨 사용하는 18번 설교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화가 났었다.
그럼에도 그 설교에 은혜 받았다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바로 다음 주 수업 시간에 성경을 펴서 그 설교의 내용이 본문을 벗어난 완전히 잘못된 설교였음을 지적해주었다. 그때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 여전도사님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자기는 그 설교에 큰 은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설교는 본문에 기록된 내용을 완전히 벗어난 틀린 설교임을 보여줬음에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은혜를 받아서 너무 좋았는데, 당신이 왜 자신이 받은 확실한 은혜를 뒤늦게 깨려 하느냐는 투로 대들었다. 이해가 가는 반응이라 생각한다.
사실 여기서 우리 대부분은 심각한 혼돈을 경험한다. 내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감동을 주고, 유익이 되는 은혜를 받으면 됐지, 성경 본문에 맞고 안 맞고가 무슨 대수냐는 생각 때문이다.
‘꿩잡는 게 매’라고, 솔직히 ‘설교해서 성도들이 은혜 받고 좋아하면 되지, 그걸 굳이 성경적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뒤늦게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뭐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다. 나 역시 은혜도 못 끼치면서 너무 ‘성경 본문 본문!’ 하면서 지적하고 따지는 건 좀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사실 본문 저자의 의도와는 좀 달라도 성도들이 받았다고 하는 은혜를 무시하고 넘어가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문에 맞지 않은 내용이 전달됐음에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슬그머니 용납하고 지나가버린다면 ‘올바른 성경해석’은 왜 가르치고 배우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게다가 성경의 진리와는 전혀 다르고 이단적인 내용이 전달됐음에도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 은혜는 도대체 어디서 온 은혜인지에 관한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구원파나 신천지 이단 교주의 가르침에도 은혜 받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이 존재하지 않는가. 이걸 정리하기 전에 또 하나의 주제에 관해서 똑같이 벌어지는 현상을 다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 간증집회를 전문적으로 다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간증집회에 많은 성도들이 와서 큰 은혜를 받는다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나 또한 젊은 시절 간증집회에 많이 다녀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한 번은 간증집회를 전문적으로 해오신 천사같이 착하고 모범적인 지인 장로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 간증하는 사람들 다수가 과장되거나 거짓된 내용을 전하고 있는 거 아세요? 심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장로님 자신도 사실보다 좀 과장되게 간증을 하니 은혜를 더 많이 받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탁월한 인격자이신 그 장로님도 어느 해, 과장 되이 간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서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일 년간 집회를 나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셨다.
우선 우리가 ‘은혜 받는다’라고 할 때, 이 ‘은혜’란 말은 반드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은혜’란 의미임을 분명히 인지해둘 필요가 있다. 본문의 내용과 틀리는 설교나 과장되거나 아니면 거짓된 간증을 통해 ‘은혜 받았다’고 하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란 말이다.
그러면 그들이 받았다고 하는 것은 뭘까? 그건 ‘감동 받았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허구소설’에 나오는 얘기를 통해서나 ‘법륜 스님의 설법’을 통해서 감동 받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걸 ‘은혜’라고 표현할 순 없다.
성경 속 진리가 아니라도 가슴 뭉클한 세상 얘기나 도덕적으로 유익이 되는 교훈을 들으면 충분히 감동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천상적이고 영적이고 생명력 있는 은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감동만 가지고는 구원 받게 하거나 영적으로 자라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진리 되신 말씀과 진실된 성령의 역사에 의한 신앙고백과 간증’을 통해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은혜’만이 우리 영혼을 소성케 하고, 뒤집어 놓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매사에 성경 저자이신 성령님의 정확한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려 부단히 애써야 하고, 거짓없이 진실된 사실만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명심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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