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50세 이상이 될 거란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9년 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은 지금 40여 만 명에서 절반으로 줄어들고 10년 뒤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도 현재 3650만여 명에서 1000만명 가까이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저출생·고령화의 여파는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가 경고한 대로 14세기 유럽에 창궐했던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하던 때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에 즈음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대책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할 기획 부서인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사회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언급한 건 그동안 대통령 직속으로 두었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는 눈앞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을 쏟아붓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아예 전담 정부 부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난 17년간 332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고도 합계출산율이 0.7명대라는 세계 최하위의 성적을 냈다. 결과론이지만 저출생 예산이 이미 출산을 결정했거나 출산한 가정에 집중되는 등 목표에 대한 방향성이 어긋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젊은 부부가 출산을 결정하기까지 우선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자녀가 성인이 돼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20년 이상 건강하게 양육할 기반이 있어야 하고 그 자녀가 부모세대보다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보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초 저출생 정책은 부모보다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녀에게 안정된 주택·육아·교육·일자리 등 총체적인 보장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와 지자체가 중구난방식 대책을 내놨던 문제점을 사회부총리급 장관에게 맡겨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종합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저출생 문제를 국가 ‘어젠다’로 해결하겠다는 거다.

당장 시급한 과제가 윤 대통령의 제안에 국회가 어떻게 호응하느냐다. 여야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이런 대통령의 구상은 실현되기 어렵다. 다행스러운 건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저출산 대응 공약을 발표하는 등 이미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총선 공약을 각각 발표했다. 국민의 힘은 저출생 컨트롤타워로 ‘인구부’를,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모두 지금의 기구로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명칭은 조금 다르지만 여야 공히 저출생 문제 정책을 정부 부처를 신설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한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22년 합계 출산율 1.2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 심각성을 느낀 정부가 국회의 협조로 전담 부처인 ‘아동가정청’을 신설해 저출생 정책을 일원화했다. 저출생 문제를 위해 부처를 신설한 일본은 합계 출산율 0.68명인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상황인데도 위기 대응에 있어선 우리보다 한발 앞선 모습이다.

유럽연합(EU) 내 합계 출산율 상위 국가인 프랑스는 노동보건연대부를 중심으로 장단기 인구정책 계획을 수립·실행해 오고 있다. 저출생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의 경우,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사회복지, 보건, 사회서비스, 노인·사회안전 담당 장관이 각각 있어 해당 분야를 총괄·감독하며, 보건복지청, 사회보험청, 연금청 등 부문별 산하 책임 기관이 세부 정책의 집행을 맡고 있다.

우리 정부라고 그동안 저출산 대응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한해동안 무려 48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은 자국의 출산율이 떨어진 이유가 ‘여성의 사회 진출’문제에 있음을 발견하고, 그 해결책으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장기적인 돌봄 육아 정책’을 시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육 정책 지원보다 청년 결혼에 집중해온 우리가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또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낳아 기르려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 그런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뀌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과제가 비단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그 생명을 죽음에서 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는 생명의 종교다. 그 생명의 소중함을 자녀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인식시키지 못한 책임이 한국교회에도 있다. 인구 소멸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살아남아 복음을 전한단 말인가. 성도들 가정부터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인간의 기본 도리에 충실할 때 국가적인 저출생 극복에 서광이 비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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