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혼란스러운 행보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2년 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윤석열 후보는 종북 종중세력에 의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던 대한민국을 기적적으로 되돌린 대통령이 되는 기회를 얻었다. 그가 대선 유세기간 동안 보여준 시원시원한 연설은 불안해하던 보수 진영에게 사이다 같았다. 지난 2년 동안 보수진영의 묻지마 지지까지 받아왔다. 물론 그를 좋아하는 그룹도 있지만 좌익 종북 세력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그룹도 있었다. 그런 그가 변해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윤 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다. 아니 막을래야 막을 수도 없는 불구덩이 속으로 전속력을 내고 있다. 이해하지 못할 그의 무지한 고집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무시하고 사회주의적 선동 정치에 발을 담군 것이다. 좌익 진영에서 이용하는 포퓰리즘 정치의 달콤함을 맛보려다가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자신을 믿고 지지한 국민에게 큰 혼란과 배신감을 주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의료개혁을 위해 내세운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완전히 정책실패로 드러났다. 비상식을 상식으로 주장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개혁이라고 포장했다. 필수의료영역(내과,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의 의사가 부족한 문제를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쪽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박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되어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필수의료 영역을 떠난 수만 명의 의사들이 다시 필수의료 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생뚱맞은 의대 신입생 2,000명 증원 정책을 들고나왔다. 이들이 의사가 되려면 10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걸린다. 상식 밖의 정책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측근에게 속아도 단단히 속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윤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아닌데 하며 그를 지지하던 보수층이 큰 혼란에 빠져버렸다.

가장 강력한 지지그룹인 의사를 갈라치기하면서 개혁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의사 14만 명과 그들의 가족까지 합쳐 100만 표 이상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여당 후보들이 패배한 지역 중에서 박빙 지역이 상당수였다. 만약 엉뚱한 필수의료 패키지를 들고나오지 않았거나, 한동훈 위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의료계와 손을 잡고 화해의 정치로 나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 꼭 이겨야 한다는 보수층의 바람을 타고 선거전 초기에 잠깐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과 깨어 있는 지식인들이 수치와 통계 그리고 탄탄한 논리로 강력하게 반발했다. 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내 버렸다. 한 달도 채 못 돼서 지지층과 언론들에 포퓰리즘 정책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결국 총선에서 참패했다. 선동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과 2000이라는 숫자와 연관된 이야기가 회자 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불같이 일어나고 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뜬 소문이길 바란다.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퇴했다. 여당 내에서도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월 15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단 없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 신뢰와 동력을 상실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결국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무능한 정부라는 것을 홍보한 셈이다.

헌법을 무시한 명령권 남용

이번 초유의 의료사태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점이 국민에게 노출됐다. 무엇보다도 법을 아는 사람에 의해 법치가 무너지고 법치를 정권 유지를 위한 통치 방법으로 변질시켰다는데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대통령과 공직자는 국가 공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헌법을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한다. 권력을 쥔 자들이 헌법을 발 아래 두게 되면 국민의 기본권은 무시되어 버리고,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전락해 버린다. 그 어느 누구도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억압하면 안 된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간섭은 매우 신중하고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함부로 제한하고 재단하는 자는 헌법을 부인하는 반국가적인 자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자들이 무서운 광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유재산의 자유가 없는 나라를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큰 혼란에 빠져있다.

전공의를 겁박하며 인격을 깎아내리는 복지부 차관의 막말과 매일 전해지는 헌법을 초월하는 모욕적인 명령들로 인해 전공의들의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 버렸다. 마음이 떠나면 몸도 떠나는 것이다. 만 명의 전공의와 만 8천 명의 의대생의 상한 마음은 결코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에 불이 났으면 불부터 꺼야지 나무를 심겠다고 우기면 안 돼

정책추진은 정책의 중요성과 우선성, 시급성에 따라 단기 정책과 중장기 정책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장기정책 과제를 먼저 해결하겠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국민에게 큰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우선순위가 뒤바뀐 졸속 정책은 여기저기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건강한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정부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진다.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틀어막기식 비효율 낭비 정책이 뒤따르게 된다. 이번 의료사태로 인해 허공에 날린 비용이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저기 홍보비용으로 100억이나 쏟아 부었다고 한다. 버스며 전광판이며, 매스컴을 통해 전하는 홍보물을 보며 이게 공익광고인지 광고 공해인지 짜증이 날 정도다.

대학병원의 손실 역시 수천억 원을 넘고 있다. 4월 말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되돌려 놓지 않으면 90%에 가까운 의과대학생이 유급 처리된다. 4월 25일은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 되어 자동 해직되는 시점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산에 불이 났으면 불을 먼저 끄는 것이 상식이다. 미련 맞게 불을 끌 생각은 안 하고 나무를 심겠다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지금 당장 불을 꺼야 한다. 대혼란을 가져올 시한폭탄이 작동하고 있다. 제발 불부터 끄고 보자.

이번 의료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정부가 <의대 신입생 2천 명 증원 대신 필수의료 의사를 2천 명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정확한 문제에 대한 처방이기에 국민의 지지와 표를 얻고, 의료계 역시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필수의료 영역을 떠났던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공을 되살릴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되고, 위급한 병이나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4월 16일 대통령 담화에서 총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합리적인 의견을 듣고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은 담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의료개혁은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과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 누구 하나도 소외되어서는 개혁을 이룰 수 없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대통령이나 의사들이나 같다. 현재 추진 중인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졸속 정책들을 중단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향후 점진적이고 지속가능한 의료개혁을 진행해 가야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은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교수들, 의대생의 요구에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바라고 있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지도자로서 용기를 내어 결자해지하고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가야 한다. 통치권을 가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권한이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역사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품어주는 용기 있는 지도자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대통령의 통 큰 대화합의 행보를 기대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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