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청년 시절 함석헌 선생의 강연에 참석해 본적이 있다. 민주화를 위해 투사로 나선 분이라 형사가 강연장 뒤편에 서있었지만 하실 말씀을 다하셨다. 3선을 위한 개헌의 불법성을 거론하셨다. 강직하고 엄한 어투로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년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길고 흰 수염을 날리시면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가 무엇인지 설파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원주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를 어렵게 찾아갔던 적이 있다. 복민대학 강사로 김용기 교장을 처음 뵈었다. 강의 시간마다 농업의 중요성과 잘 살기 위한 국민 의식 개혁을 위해 열띤 강의를 하셨다. 무엇보다 가나안농군학교 개척을 위해 온 가족이 헌신한 증언은 감동이었다. 새마을운동의 동기를 부여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군 복무 시절 근무하던 부대 작은 도서실에서 안병욱 선생의 전집을 읽으며 인생관과 세계관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감명 깊었던 철학적 교훈은 인생은 성실과 정직, 절제와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청년시절을 보내며 마음에 '극기' , '자제' 두 단어를 새겼다. 젊은이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이화여대 후문 쪽에 다락방교회가 있다. 그 교회에서 겨울방학이면 한 주간 동안 목회자와 신학생을 위한 성경세미나가 있었다. 그 때 저명한 신학자들의 강의를 들으며 신학과 성경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 때에 특별 강사로 김동길 교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유머가 함께한 강의는 민주주의와 역사관을 깊게 심어 주었다. 자기 조국을 사랑하려면 청년 시절에 국토 여행을 많이 하라고 도전을 주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신학대학 일학년 때 전교생이 대학생선교회(C.C.C)가 주최한 신앙수련회에 참석했다. 주강사는 대표인 김준곤 목사였다.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천여 명이 참가한 수련회에서 대학 캠퍼스 복음화와 한국과 세계복음화에 대한 뜨거운 도전에 가슴이 불타올랐다. 무엇보다 문학적으로 설교하며 젊은이의 귀를 사로잡았다. 사명의 방향을 제시해 주신 시대 스승이셨다.

대학시절 소설 “장군의 수염”을 읽었다. 저자는 문학자이자 문명 평론가, 시사평론과 언어 해설가 등 다방면으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은 이어령 교수이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저서에서 “작아져라, 작아져라, 그래야 일본이 산다”라고 한 문화 평론은 위트가 있으면서도 정곡을 찔렀다. 선생의 많은 신간 저서를 읽으며 한국인의 위상과 지성을 넘어 인간의 영성까지 섭렵하고, 암으로 죽음과 끝까지 맞서 삶과 죽음의 세계를 깊게 설파하신 시대의 스승이셨다.

시대의 스승들은 도전과 개척 정신, 성실과 정직, 민주와 자유의 가치, 복음과 선교 의식을 일깨워 주었다. 그들은 선구자와 선각자였다. 역사의식과 다음 세대를 걱정했다. 제자들을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보스가 아닌 독창적인 리더였다. 자기완성을 위한 노력과 타자를 섬기는 큰 그릇이었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시대를 고민하고, 배움과 연구, 사색과 발표를 통해 길을 내고 있는지를‥

정치적 혼란, 가치관 상실, 암담한 미래, 야성을 잃어버린 청년들, 그리고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시대에 스승이 그립다. 시대를 깨우는 스승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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