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기독 청년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

윤동준 인터뷰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윤동주 문학관' 근처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윤동준 작가. ©이상진 기자

한국 교계의 기성세대와 다음세대 갈등의 요소 중에 한가지 축은 정보화와 연동된 ‘이성주의’적 문화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보여주듯, 정보화 시대의 아이들은 산업화 시대의 어른들보다, 문화적 유연성과 논리적 사고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크다.

첨예한 ‘세대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교계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고 어떤 모델을 따라 가야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신앙 교육과 함께 ‘어떻게 인문학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는 중요한 교계의 숙제가 됐다.

대학생인 윤동준 작가는, 청소년 시기를 필리핀에서,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이제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일종의 인문 전문 대학 즉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ral Art Collage)인 ‘라파예트 칼리지’(Lafayette Collage)에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 그는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토대로 쓴 책 ‘우상 파괴’를 저술했다. 20대 초반의 시점으로 철학과 사상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안목으로 보는 ‘신앙, 사회, 철학’ 등에 대해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는?

A. ‘형이상학적 죄책감’이라는 개념이 있다. 칼 야스퍼스라는 독일의 철학자가 주창한 개념이다. 이는 ‘내가 그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다’는 ‘죄책감’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약자를 보며 나는 저런 사람의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들을 잘 알 수 없다’라거나 ‘저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는 약자에 대한 ‘막연한 죄책감’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에서 책을 써 봤다. 나는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책임감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을 우상”이라고 정의하고 책을 썼다. 군중에서 공중으로라는 부재를 달고 책을 썼다.

Q. ‘군중에서 공중으로’ 무슨 뜻인가?

A. 군중은 일단 영어에서는 ‘Mass’, 먼지라는 의미이다. 먼지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집단을 ‘군중’(群衆)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공중’(公衆)이라는 개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가지고 조직화 되어 자기의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영어로는 ‘Public’이다. 사회의 '우상'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져 가는 이유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중이 아니라 군중이어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의지를 가지기 시작할 때부터 공중이 된다.

Q. ‘우상’을 좀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A. 책에서 '상대주의'를 많이 다뤘다. 우선 ‘윤리 상대주의’가 있다. 세상에 절대적 윤리기준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처음에는 편하다. 이것은 “우리에게 범죄인 것이 다른 국가나 사회 안에서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슬람 국가는 ‘조혼 문화’(준비가 안 된 어린 여자아이를 타의로 결혼시키는)가 조금 남아 있다.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것을 윤리 상대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허락한다면 대표적 우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슬람을 혐오하거나 차별할 의사나 생각은 전혀 없다.

상대주의는 모든 것을 절대화시킨다. 그런데 나는 절대적 가치에는 옳고 그름을 나누는 기본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도 있고 버려야 할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면, 집단 이기주의로도 나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글을 처음 시작할 때, 경제학자 케인즈를 인용했다. “사람들이 어떠한 전제로 행동하는가에 따라 그 전제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우리가 미래를 긍정할수록 실제로 그 긍정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비관할수록 비관이 커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의미이다.

요즘은 세상의 불확실성이 커서 그런지 현실에 대한 지배력이 작아졌다. 그래서 ‘미래를 굉장히 비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 자체도 하나의 '우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을 우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고도 연결망의 시대, 왜 사람들은 더 고립되고 파편화될까?
소통할 수 있는 '여유와 장' 필요해

Q. 사회 '우상'이 왜 생기는 걸까?

A. 길을 제시받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가 길을 제시함으로, 이 시대 가운데 대중들의 주체적 자율성을 확립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통일된 비전의 결핍’이 우상을 키우는 것 같다. 그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집단 내에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는 것 같다. 자기들만의 가치 안에 빠지게 되며, 자신의 세계관을 우상화하고 있다.

특히, 이는 초고속 정보화 사회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점점 자기만의 생각으로 편향되는 것 같다. 일명 ‘확증편향’이다. 점점 사람들의 사고의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자기가 살아온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그것만이 전부”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기술에 의해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는 세대에, 오히려 사람들은 그 어느 때 보다 ‘파편화’되고 ‘고립’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심지어 이 ‘공감이라는 것도 편향’된다. 그렇기에 보편적인 이성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주관적 신념이나 믿음이나 문화나 이런 것들을 분석하고 객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소통의 여유’와 ‘공유지’(公有地)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거대한 흐름에 맹목적인 동조 말고..
내 안에 있는 욕망, 제대로 보는 것부터 해야”
타인으로 ‘독립’해서 자기 자신을 관찰해 보는 것 중요
 

우상파괴
윤동준 작가의 책 '우상파괴'의 표지. ©주최측 제공

Q. 왜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됐는가?

A. 내 삶의 배경을 잠깐 설명하면 중학교를 필리핀에서 다니고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니다 자퇴하고, 다시 미국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가게 됐다. 내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건은 유학과 자퇴였다. 유학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교류하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어느 한 곳에서는 당연한 것이 다른 곳에서는 틀린 것을 봤다. 특히 사람들의 삶이 다른 문화권들에서 완전히 다르게 펼쳐지는 것에서 사회 속에서 과연 ‘우리에게 자유의사권이 있는가’- 한 사람이 속하는 사회와 문화적 영향력 속에 갇힌다는 의미에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자퇴를 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도 있었지만, 삶에 있어서 사춘기 때의 고민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어디로 가는가? 이런 고민을 했는데, 제도권 교육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혼자 독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독학하면서 읽었던 책이 이 책을 쓰는데 큰 자산이 됐다. 자유의지를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고자 했던 노력이 이 책을 집필하는데 있어서 최대 동기가 됐다. 우상에 의해 얽매이면 우리가 진정한 행복과 의미를 경험하면서 사는데 많은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Q.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삶의 우연성’(타인에 의해 강요된 세계관에 갇힐 수 없다는, 혹은 그런 세계관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편집자 주)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대한 뜻이 대중에게 강요되고, 만약 대중이 그 틀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굉장히 답답한 것이다. 내가 태어난 삶의 환경과 상황에 의해 지배당해왔던 것에서 비판적 사유와 고찰을 통해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 “내 안에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나는 그 굴레 안에서 벗어나야 인간의 실존적 삶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기쁨 속에서 살 수 있다고 본다.

Q. 이를 위해 무엇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까?

A. 사회적으로 고립돼야 한다거나, 수도사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독립’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명상도 좋고 책 읽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타인과 분리되어 자기 자신을 관찰해보는 것’이다.

‘사랑 없는 도덕과 이성’은 괴물
사랑을 자신의 삶 통해 보여준 표본은 ‘예수’
기독 청년으로서 인문학 정의,
‘사랑 할 수 있는 정신과 교양을 갖추는 것’

Q. 특별히 추구하는 철학이 있는가?

A. “‘사랑 없는 도덕과 이성’은 괴물에 불과하다”라는 한 계몽주의 철학자의 말이 있다. 무수히 많은 철학과 사상을 따르는 문명이 역사적으로 계속 멸망해 왔다. ‘이 긴 문명과 역사 속 인류를 지속해 온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사랑’이라는 가치를 전파하며 자신의 삶을 통해 이를 보여줬던 ‘예수’”가 이 문명의 원동력의 표본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상을 파괴해야 할 이유는 이 문명을 이어왔던 원동력인 ‘예수의 사랑’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며, 문명이 유지된 초석은 ‘예수의 삶과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Q. 가장 크게 느낀 사랑은 무엇인가?

A.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혼자 잘 나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고 길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내가 그런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줬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혼자 한 것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으로 부터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대가 없는 선의와 헌신이었다. 나는 잘 몰랐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Q. 부모님이 교계에서 유명한 뮤지컬 ‘더 북’으로 활동하시는 문화사역자이시다.

A.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모태신앙이셨다. 외할아버지는 목사님이시다. 교회의 문화권 안에서 자라셨다. 이분들은 어린 시절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다양한 문화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하셨다. 왜냐면 그분들은 내가 무엇을 하든 결국에는 신앙으로 돌아올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뮤지컬 사업을 하셨다. 나름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셨었다. 그러다 사업이 망하셨다. 어머니도 중국과 관계된 사업을 하시다 사드 사건으로 많은 것들이 힘들어졌다. 그 힘든 시기 가운데서 부모님이 기도로 이 모든 일들을 극복하시는 과정들을 보면서 그분들의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Q.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이 있나?

A. “아는 대로 말하지 않고 살아온 대로 말하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말한 것을 살아보려고 한다.

Q. 미국의 인문학 전문 대학인 ‘리버럴 아트 칼리지’(Libral Art Collage)에 다니고 있다. 어떤 곳인가?

A. 미국의 종합대학들도 보통은 ‘리버럴 아트 칼리지’의 방식으로 출발했다. 글을 많이 읽고 쓰고 하면서 교육시킨다. 실용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사·철’(文史哲)이나 학문의 근간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양을 좀 쌓고 보통은 대학원을 가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사회로 나가게 된다.

Q. 앞으로는 어떤 영역을 공부하고 싶은가?

A. 사회학이나 법학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사회가 ‘어떻게 변화를 해 왔는지, 그리고 나중에 사회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이런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가장 큰 도구가 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로스쿨도 생각하고 있다.

Q. 장학생이 된 계기는?

A. 미국에서는 학생들을 평가할 때, 다양한 영역을 본다. 나는 힘든 자퇴생의 생활을 경험했고,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독립성을 높게 평가해 준것 같다.

Q. 다음 책을 집필할 계획이 있는가?

A. 그렇게 진지한 책은 아닌데, 나는 우리 학교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예전에도 가끔 친구를 만나면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정리한 것이 있다. 이것을 계속 유지해서 나중에 ‘휴먼 라이브러리’처럼 미국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낼 계획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을 써 보고 싶다.

Q. 청년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인문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A. 기독교인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서 ‘비(非)기독교인’들과는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정신과 교양을 갖추는 것’이다. 인문학은 단순히 교양을 쌓는 것이 아니다. 더 남을 사랑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더 큰 시각을 갖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인용하거나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Q. 이를 위해 어떤 모델이 있는가?

A. 모든 사람들에게 다 배우려고 한다.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도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다. 나는 60대 할아버지와도 어깨동무하고 지내고, 10살 많은 사람들과도 오랜 시간을 토론하고 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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