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라파엘 사코 추기경
칼데아 가톨릭교회 총대주교인 루이 라파엘 사코 추기경. ©제52차 세계성체대회 유튜브 캡쳐

이라크 대통령이 루이스 라파엘 사코(Louis Raphael Sako) 추기경을 칼데아 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고, 현지 기독교인과 교회의 자산을 보호해 온 법령을 폐지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지난 3일 이라크 쿠르드계 방송인 루다우 영문판에 따르면, 압둘 라티프 라시드(Abdul Latif Rashid) 이라크 대통령은 2013년 쥴랄 탈라바니(Jalal Talabani) 전 대통령이 발행한 특별 대통령령 147호를 공식 철회했다.

이 법령은 사코 추기경을 이라크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인 칼데아 교회의 수장으로 공식 인정했으며, 칼데아 교회의 재산 관리 권한을 그에게 부여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라시드 대통령은 이라크 칼데아 가톨릭 정당인 바빌론 운동(Babylon Movement)의 지도자 라얀 알-킬다니(Rayan al-Kildani)의 압력으로 인해 법령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당은 이란을 지지하는 동원군과 이슬람 혁명 수비대와 연계된 민병대와 제휴하고 있다.

그러나 라시드는 성명을 통해 법령 폐지가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종교 기관이 정부 기관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러한 임무에 투입된 성직자는 대통령령에 따른 임명을 발효할 목적으로 국가 공무원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통령령 제147호의 폐지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전했다.

이슬람 국가(IS) 무장 세력이 이라크를 장악할 당시, 사코 추기경은 이라크 기독교 신자들의 곤경을 알려, 국제적인 관심을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IS로 인해, 100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가톨릭 신자 중 절반이 극단주의 수니파 세력의 박해를 피해 탈출해야 했다.

법령 147호의 철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결정이 이라크 정부가 기독교 유산을 약탈하는 데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에르빌 북쪽에 위치한 기독교인 거주 지역인 아인카와의 인권 운동가 디야 부트루스 슬레와(Diya Butrus Slewa)는 “이것은 기독교인들이 이라크와 바그다드에 남긴 것을 빼앗고 추방하려는 정치적인 계략”이라며 “안타깝게도, 이는 기독교인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하여 그들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13일 오전 성 요셉 성당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루다우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시작부터 기독교적 사안은 교회가 관리했다. 교회에는 자체적인 법률, 법원 및 위원회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라크 대통령이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조속히 이 결정을 철회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 문제로 비화되어 바티칸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라시드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사코 추기경이 “사도성 대교구에 의해 임명되었기에, 지역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해 법령이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성명서는 “공화국 대통령령의 철회가 루이 사코 추기경의 종교적,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는 사도성 대교구에 의해 임명된 것”이라며 “이라크와 세계 칼데아 교회의 총대주교로서 대통령실의 존경과 감사를 계속 받고 있다”고 했다.

시위에 참여한 주민인 에마드 한나(Emad Hanna)는 그러나 대통령에게 법령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은 ‘킬다니가 이끄는 민병대’라고 주장했다.

한나는 법령 147호 폐지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것은 명백한 위반”이라며 “공화국 대통령이 한 일은 분명 민병대의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 단체가 기독교인이라 불리며, 우리의 평화 공동체를 대표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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