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제주를 찾은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소녀가 59년만에 제주국제관악제에서 특별연주를 펼쳐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클라리넷 소녀'로 알려진 유인자(70.서울)씨는 15일 오후 제주해변공연장에서 열린 '2011 제주국제관악제 환영음악회 제주의 밤'에 특별손님으로 출연했다.

사회자는 "유씨는 가장 어려운 시절인 6·25 전쟁중에도 관악으로 주위에 위안과 평화의 염원을 심어줬다"며 "관악으로 건강한 사회를 이루려는 제주국제관악제 정신의 표본"이라고 소개했다.

무대에 선 유씨에게는 김형선 행정부지사가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모습의 흑백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으며, 우근민 제주지사의 부인인 박승련 여사가 꽃다발을 안겼다.

유씨는 이어 자신의 딸이 선물한 클라리넷으로 제주윈드오케스트라와 함께 59년 전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연주했던 '메기의 추억'을 다시 연주했다.

안경을 낀 모습의 유씨가 노년의 원숙함으로 능숙하게 연주를 마치자 공연장을 가득 메운 3천여명의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무대에서 내려온 유씨는 "이승만 대통령께서 메기의 추억을 좋아한다고 해서 연습을 해가지고 나갔던 기억이 난다"며 "무대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나고 다행히 관람석이 어두우니까 사람들이 잘 안보여서 끝까지 잘 불고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만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얘들이 악기를 사줘서 불었는데 처음에는 소리도 안나고 도레미파도 잘 모르고 그러다 요즘 조금씩 하고 있다"며 "음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결혼하고 애들도 길러야 하고 그래서 아주 딴세상에서 살다가 이번에 다시 악기를 만지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사단법인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는 1952년 7월 3일 제주도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자신의 키만 한 클라리넷을 부는 단발머리 소녀가 찍힌 사진을 토대로 지난해 8월 주인공을 공개적으로 찾아나서 같은 해 10월 유씨가 서울에 사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 출신의 유씨는 한국전쟁 때 가족들과 헤어져 전쟁고아들과 함께 군용기로 제주에 와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클라리넷을 배웠으며, 유씨의 당시 사진은 지난해 제주도가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1900-2006년)'에 실려 시선을 끌었다.

유씨는 관악제에 참가해 클라리넷을 연주해 달라는 조직위에 요청에 지난달까지 확답을 하지 않다가 이날 깜짝 연주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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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