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미국 변호사
정소영 미국 변호사

대한민국이 곧 소멸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의 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가 출산율이 0.7대로 떨어졌으니 조만간 인구 부족으로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낳으면 돈을 얼마 주겠다, 다둥이에게 어떤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이 높아지기는커녕 매년 수십조의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경제적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도 불안하고, 집값도 너무 올라버려서 월급을 받아 저축하는 방법으로는 영영 안정된 주거 공간을 마련할 꿈도 꿀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3포니, 4포니 하다가 이제는 N포 세대라고 이름을 붙이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미래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경제적인 불안만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느끼는 패배의식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SNS가 발달하면서 자랑질하는 문화 속에 살다 보니 남들은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입고, 좋은 곳에 다니며 행복하게 사는데 나는 그럴 능력이 못 되니 결혼하는 건 사치라고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소확행, 워라벨, 욜로(YOLO) 등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시대에 결혼과 육아에 묶여 한정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배우자와 아이들과 나누어 쓰면서, 그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처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계산하고 예측하는 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인생의 묘미라고 할 수 있지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일생을 함께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살기 어려울수록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 옆에서 내 편이 되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마음 든든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과 사랑가운데 태어난 아이를 통해 부모로서 함께 성장해가면서 다이나믹한 인생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혼자서 즐기는 명품쇼핑이나 해외의 멋진 리조트에서 맞이하는 순간적인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풍성하고 깊이 있는 삶의 기쁨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삶에서 사랑, 인내, 헌신, 보람, 의미 같은 것들을 별로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자기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부모인 것처럼 매도하면서 싱글로 살면서 자유롭게 성적 쾌락을 즐기며 자기애에 몰두하는 삶은 쿨하고 멋진 것처럼 포장하니 말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여성들에게 출산율 저하에 대한 책임을 다 지우는 것 같은 나쁜 뉘앙스를 풍기는 '저출산'이란 단어 대신 '저출생'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싫어해서 아이를 낳아 줄 수가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어른들이 아이를 원하지 않고, 낳고 싶지 않아서 피임이나 낙태 등의 신기술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출생을 막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장난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프로 초이스(Pro-Choice)네 어쩌네 하면서 도덕적 우월감에 쩔어 있을 겁니다. 아이가 이 험한 세상에서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야 할 불행을 미리 막아주고 있다면서 말입니다.

이제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결혼해라, 아이 낳아라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그건 각자가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선택할 일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결혼과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의 가치를 폄하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별로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함께 힘을 모아 잘살아 보려고 애쓰는 젊은이들을 우리 모두가 격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더 이상 언론이나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편견에 가스라이팅 당하지 말고 이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한때 너무도 당연하게 모든 사람들이 누리던 결혼과 출산과 육아의 행복을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의 신 포도처럼 너무 시어서 먹을 게 못 된다고 말하며 스스로 위안삼고, 변명하지 말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힘차게 발돋움을 해서 인생의 참맛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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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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