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최철호 목사
최철호 목사(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합동총신

고학력 시대에 사명자로서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하여 곧장 학부의 신학과를 지망하는 이들도 있지만, 먼저 학부를 마친 후에 M.Div. 과정의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연은 다양합니다.

만일 일반학부를 마친 후 M.Div.를 한다면, 학부 전공으로 철학은 어떨까요? 내 목회 경험으로는, 그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존재에 대한 탐구를 전적으로 이성에 의존하고, 그것이 인식과 학습능력으로 고착화 될 경우 영성에 심각한 방해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M.Div.에 앞서 일반 학부를 선택한다면, 철학은 피하고 다른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철학이 신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철학은 인간과 절대자(신)에 대하여 이성으로 탐구하는 학문이고, 신학은 이성과 함께 영성으로(성령의 도우심을 입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신학을 이성으로만 탐구하게 되면 영적인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신론자도 신학을 할 수야 있지만, 그 경우 내용이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적인 것은 영적으로라야 알 수 있습니다.

철학은 신학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기독교 신학에 철학(특히 신-플라톤 철학)이 많은 영향을 끼쳤고,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는 대표적인 학자들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철학은 신학을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가장 탁월한 이성적 도구입니다. 한 때 나도 ‘개똥철학’이라고 폄훼한 적이 있습니다만, 철학은 신학과 무관하지도, 무익하지도, 해롭지도 않으며, 신학의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목회자가 언제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점도 내 경험으로 말하면, 목회 초기에는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목회 경륜이 10년 이상 경과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을 하기 전에 성경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쌓고, 영성을 고양시키고, 그런 토대 위에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게 되었을 때 철학을 공부한다면 사색, 묵상, 글쓰기, 영적인 세계에 대한 이해 등에 있어 진보의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신학의 토대가 미약한 상태에서 철학을 하게 되면 영성보다는 이성이 앞서게 되고, 율법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봅니다.

나는 먼저 신학(성경)에 전념한 후 영성신학을 하였고, 그 후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공부하였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교단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목회(교회)를 겸하여 왔습니다. 사실 신학교 과정은 그것이 4년이든 6년이든 신학, 즉 성경을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초과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진짜 공부는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목회를 하면서 평생 개인적으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목회자에게 신학이나 철학은 독학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서양의 철학은 특히 영성신학의 지평을 넓혀주고, 성경신학에 대한 통찰을 높여줍니다. 철학자들이 평생 동안 일구어 놓은 업적들에 대한 이해의 지평은 영성신학과 만남으로써 새롭게 갱신되고, 하나님의 경륜에 대한 통찰이라는 신선한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간의 영혼 속에 원형 형태로 존재하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의 실체를, 그리고 “만유 가운데 충만하신 하나님”의 실체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