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아이와 함께 걷는 길에서 만난 나뭇잎이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수어로 말하는 행동이 제법 늘어난 만큼, 가을도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왔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엄마는 아이에게 '계절'을 어떻게 설명해줄까?

'봄'은 겨울을 보내고 꽃과 새싹이 나는 날, '여름'은 햇빛이 쨍하고 뜨거우면서도 바다에 가는 날, '가을'은 나뭇잎이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의 옷을 입는 날, '겨울'은 눈사람을 만들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해 주는 것을 아이가 신기하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로서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단순히 수어와 몸동작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활용했다. 유튜브 채널 중 키즈 전용 동영상과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마주 보고 앉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어를 차례대로 알려주었다. 언어 습득기의 황금기인 요즘, 엄마의 수어 동작을 제법 잘 따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언어가 달라도 차근차근 알아가는 가을을 시작했다.

아침에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서 예준이가 말했다.

"아, 추워요~"

반팔 옷을 입으며 뛰어가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훅 느껴지나 보다 싶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니트 조끼를 더 입혔다. 그러고 나서 다시 물어봤다.

(수어로) "어때? 따뜻해?"

(말과 수어로) "응. 따뜻해~"

그렇게 우리는 가을의 아침을 즐기며 어린이집과 회사로 각자의 일상을 시작했다. 엄마와 아이는 어떤 방법이든 충분히 소통하며 배워 가고, 또 성장하게 된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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