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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청파감리교회 유튜브 영상 캡처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가 11일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하나님을 사용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겸허히 받들 것을 당부했다. 이날 '베레스 웃사'(삼하6:1-8)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그는 먼저 "한 주간 동안 마음이 아팠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한 분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쓰러졌다. 그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청소 노동자들이 처한 비참한 실태를 알게 되었다. 직장 내 갑질 이야기는 이미 다양하게 언급된 바 있지만, 서울대에서는 직무에 불필요한 시험까지 치르게 하고, 그 시험 성적까지 공개했다고 한다.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쓰는 게 그분들의 직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길들이기가 아닌가 싶다"고 운을 뗐다.

김 목사는 "평가하는 이들의 시선 앞에서 마치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한자나 영어로 건물 이름을 쓰지 못한다고 하여 굴욕감을 느껴야 하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 혹은 배려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사람은 누군가의 동료가 됨으로 성숙하게 된다지 않은가? 동료가 되기 위해서는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적 성숙에 이르지 못한 이들이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세상은 차가운 곳으로 변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를 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발전한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사람은 화석처럼 굳어버린다. 고난의 풀무질을 거쳐 점점 맑고 깨끗하게 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이기적이고 고집스러워지는 사람도 있다. 성경에서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지도자의 모범처럼 여겨지는 아브라함, 모세, 다윗 같은 분들도 우리와 성정이 같은 이들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살면서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 잘못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사울과 요나단이 전장에서 최후를 맞이한 소식을 듣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를 지어 바친 다윗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다윗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헤브론으로 올라갔고, 거기서 유다의 왕이 되었다. 김 목사는 "우리는 사울이 죽은 후 다윗이 바로 2대 임금이 되어 다스렸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조금 복잡하다.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은 근거지를 마하나임으로 이주한 후에 왕이 되어 두 해를 다스렸다. 한 동안 두 임금이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것이다. 세력을 다투는 내전이 벌어졌고 전쟁의 시기였기에 장군들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권력 다툼, 배신과 음모의 세월이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내전이 그칠 즈음에 "이스라엘 온 지파가 헤브론으로 가 다윗에게 왕이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들은 "주님께서 '네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것이며, 네가 이스라엘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실 때에도 바로 임금님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삼하5:2)이라고 말했다. 자기들이 다윗을 왕으로 모시려는 것은 하나님이 이미 예정하신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다윗이 '이스라엘의 목자(ra'a)', '이스라엘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표현은 정중하지만 이 속에는 왕권이 무소불위하게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목자는 양떼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왕적 통치자가 아닌 목자를 원했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윗에게 양 떼를 푸른 초장,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는 목자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통치자'라고 번역된 '나기드'(nagid)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그것은 제왕적 권위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이 위임해주신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의 바람이야 어쨌든 다윗은 명실상부한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고 했다.

이후 다윗은 외적인 조건을 점차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시온 산성을 점령하고 그곳을 다윗 성이라고 명명했다. 이 성이 지금의 예루살렘이다. 두로 왕 히람은 다윗과 친선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백향목과 목수와 석수를 보내 궁궐을 짓도록 도와주었다. 다윗은 그곳에서 많은 아내와 후궁들을 맞이하였고 자녀들을 얻었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는 연전연승을 거두어 하나님이 세우신 왕임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이 세우신 왕이란 확실한 정통성을 가지기 원했고 어떤 상징을 필요로 했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물론 여기서 상징이란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징을 가리켰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언약궤였던 것이다.

김 목사는 "언약궤는 출애굽 사건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상징이었다"며 "다윗은 아비나답의 집에 임시로 모셔져 있는 하나님의 궤를 다윗 성으로 옮겨오기로 작정했다. 다윗은 정병 삼만 명을 징집하여 유다의 바알라로 올라갔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다윗은 스펙타클한 장면을 연출하여 온 백성의 시선을 한 데 모으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무언의 메시지였다. '봐라, 하나님의 궤가 다윗성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다윗왕의 출신이나 경력을 문제 삼아 왕으로서의 정통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아라.'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약궤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김 목사는 "수레가 나곤의 타작 마당을 지날 때 갑자기 소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브올의 아들 발람 이야기에서는 그를 태운 나귀가 칼을 든 천사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나오지만, 여기서는 그런 암시조차 없다. 그 소들이 왜 날뛰었는지는 알 수 없다. 수레에 실려 있던 하나님의 궤가 떨어지려 하자 웃사는 얼른 그것을 꼭 붙들려 했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께서 웃사에게 진노하셔서 그를 치자 그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말한다. '베레스 웃사'. '웃사를 치심'. 갑자기 그 평화롭던 타작마당은 하나님의 분노를 상기시키는 장소가 되었다. 하나님은 왜 화가 나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목사는 "다윗은 하나님을 경외했기에 모시려 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라며 "죄란 사용해야 할 것을 섬기고, 섬겨야 할 분을 사용하는 것이다. 돈이든 지위든 물건이든 잘 사용해야지 섬기면 안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섬겨야 하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법궤가 수레에서 떨어지려 한 것은 납치되는 것을 거부하는 하나님의 몸짓이자 경고이다. 웃사는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기에 하나님의 진노를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부족한 신뢰를 채우기 위해 유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들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같이 찍은 사진을 마치 친밀한 관계인양 포장하여 사람들을 호도하는 이들 말이다"라며 "최근에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어느 수산업자의 경우도 그 한 예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 이름이나 이미지 혹은 글을 도용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상당히 불쾌하다. 자기 욕심을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비일비재하다. 종교적 언어가 특권이 될 때 그릇된 권위주의가 고개를 든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이어 "사람들에게 스펙타클한 볼 거리를 제공하면서 하나님이 자신의 편이라는 사실을 만방에 과시하려던 다윗의 의도는 좌절되었다"라며 "다윗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나님의 궤를 모실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가드 사람 오벳에돔의 집으로 실어 가게 했다. 궤는 그 집에서 석 달을 머물렀는데, 주님께서 그 가정에 복을 베푸셨다. 그 소문을 들은 다윗은 다시 그 궤를 모시기로 작정한다. 이번에는 군사 퍼레이드 같은 과시적 절차를 다 포기했다. 그는 제사장들이 입는 에봇만 걸친 채 주님 앞에서 온 힘을 다하여 힘차게 춤을 추었고, 주님의 궤는 수레가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옮겨졌다.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옮길 때마다, 행렬을 멈추고, 소와 살진 양을 잡아 제물로 바쳤다. 이 모든 행동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태생이 어리석은 인간은 늘 하나님의 마음을 읽는 데 실패한다. 실패를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며 "답답한 일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왜 내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으십니까?'라고 대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나님을 이용하려고만 하지, 하나님을 진심으로 경외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왜 내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냐고 책망하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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