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릭과 함께 달리는 아버지 딕 호잇의 모습
아들 릭과 함께 달리는 아버지 딕 호잇의 모습 ©팀 호잇 홈페이지
전신마비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밀면서 달리며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진정한 철인' 딕 호잇이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호잇은 17일(현지시간) 오전 매사추세츠주 홀랜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영면에 들었다. 가족들은 그가 심장 질환을 앓았다고 전했다.

호잇은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를 가진 아들 릭(59)과 함께 꾸린 '팀 호잇'(Team Hoyt)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들 릭은 출생 때 목에 탯줄이 감겨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중증 장애를 안게 됐다.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컴퓨터 장치 없이는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다.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릭은 15살 때 아버지에게 "장애가 있는 라크로스(라켓을 사용해서 하는 하키 비슷한 구기) 선수를 위한 자선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기꺼이 휠체어를 밀며 달리기로 결심했다.

참가번호 00번을 단 호잇 부자는 끝에서 2번째로 완주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것이 '팀 호잇'의 시작이 됐다.

릭은 "아버지, 달리고 있을 땐 아무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라고 말했고, 호잇은 이런 아들을 위해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나아가 그는 수영 연습과 자전거 훈련을 하고 철인 3종 경기까지 도전했다.

세계 최강의 철인들 틈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실은 고무배를 허리에 묶은 채 바다 수영을 했고, 아들이 앉은 특수의자를 장착한 자전거를 탔다.

아들 없이 출전한다면 놀라운 기록이 나올 거라는 주위 사람들 반응에 아버지는 "릭이 아니라면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팀 호잇'은 1977년부터 2016년까지 40년간 마라톤 72차례, 트라이애슬론 257차례(철인코스 6차례), 듀애슬론 22차례 등 총 1천130개 대회를 완주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만 32차례 완주했다. 1992년에는 45일에 걸쳐 자전거와 달리기로 미국 대륙을 횡단(총 6010km)하기도 했다.

첫 번째 완주에 16시간 14분이 걸렸던 마라톤 최고기록은 2시간 40분 47초까지, 철인3종경기 기록은 13시간 43분 37초까지 각각 단축됐다.

아들 릭과 함께 달리는 아버지 딕 호잇의 모습
아들 릭과 함께 달리는 아버지 딕 호잇의 모습 ©팀 호잇 홈페이지
처음엔 불편한 눈으로 부자를 바라보던 이들은 박수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자선재단 '팀 호잇'의 회원이 점점 늘었고, 2013년에는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 인근에 호잇 부자의 동상이 세워졌다.

호잇은 만 73세이던 2013년 보스턴 마라톤을 끝으로 장거리 대회 출전은 자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폭탄테러 사건으로 대회가 중단됐고 결국 2014년 다시 출전, 7시간 37분 33초 기록으로 완주하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호잇의 사망 소식에 각계각층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체육협회(BAA) 측은 "그의 결단력과 열정, 그리고 헌신적인 사랑은 보스턴 마라톤의 아이콘이자 전설이 됐다"면서 애도했다.

보스턴 지역방송 WBZ의 스포츠 디렉터 스티브 버튼은 "호잇은 진정한 철인이었다. 몸이 아플 때면 외려 아들 릭을 바라보며 새로운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13세 때 초등학교에 입학한 릭은 1993년 보스턴대학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자신의 경험담을 나눌 때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내 날개 아래를 받쳐주는 바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호잇에게는 릭 이외에 러셀과 로버트 두 아들이 더 있다.

러셀은 "상투적인 말 같지만, 아버지는 우리 모두의 영웅이었다. 장애와 무관하게 삼 형제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고 사랑해 준 훌륭한 아버지였다"며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아버지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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