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교계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 가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 남인순, 정춘숙 의원 등이 두 달 간격으로 번갈아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의 핵심조항을 삭제한 대신 ‘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새로 삽입됐다. 교계는 이것이 ‘동성혼’을 인정하려는 일련의 시도라 보고 있다.

교계는 현행 ‘건강기정기본법’에 명시된 전통적 가족 개념을 해체하고 사실혼, 동성혼을 헌법상의 양성혼과 동등한 지위로 인정하려는 듯한 시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한교연은 지난 9일 발표한 성명에서 개정안이 “가족 및 가정의 정의를 의도적으로 삭제,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할 뿐만 아니라, ‘양성평등’을 ‘평등’으로 바꾸어 동성결합 및 동성결혼의 합법화의 문호를 열고자 하는 의도성을 드러낸 반 가족법“아라면서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한교총도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개정안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하여 혼인과 가족제도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헌법 제36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위헌적 입법 시도”라며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혼인과 가족제도를 기초로 한 ‘건강한 가정의 구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교계가 여당 일부 의원 주도로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이토록 즉각적이고도 민감한 반응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이 법이 2004년에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의 근본 취지에서 이탈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국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징검다리 역할을 이 개정안이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국 505개 단체가 연합하여 구성된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진평연)도 최근 성명에서 ‘차별금지법’과의 연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진평연은 “개정안은 가족형태를 차별금지 사유로 한 차별금지법으로서 작동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개정안은 이와 함께 가족형태를 사유로 한 차별적 언행에 대한 규제의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 내용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을 공개하고 공청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다음 달쯤 확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즉 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여가부가 밝힌 ‘건강가정기본법’의 손질 이유는 전통적 가족 유형 외의 가족에 대한 차별적 시선 논란 때문이다.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형태의 가족 비중이 줄고 1인·비혼 가구 등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늘면서 기존 법이 규정하고 있는 ‘건강가정’ 이란 명칭이 차별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건강가정’이라는 용어가 법률상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가족·가정 형태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수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와는 정 반대의 입장이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야말로 가족관계에 관한 기본 규범인 민법에 따라 충실하게 가족개념을 규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는 가족의 정의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면서까지 이와 전혀 다른 가족 형태를 인정하려는 개정안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교계는 특히 개정안이 ‘양성평등’을 의도적으로 ‘평등’으로 대체하면서 “평등한 가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평등’의 개념엔 ‘양성평등’만이 아니라 ‘동성간 평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개정안이 동성커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본 것이다. 또한 ‘가족의 형태로 인하여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동성결합 및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놓고 최근 일주일 사이에 한교연, 한교총 등 연합기관 뿐 아니라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언론회 등 주요 교계 단체와 505개 단체가 연합한 진평연, 바른인권여성연합 등 43개 시민단체 등이 이 문제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만큼 21대 국회 들어 거여의 입법 폭주에 대한 경계심과 반발 심리를 반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차별금지법’이 자리하고 있다. 즉 정부와 여당이 가족법에까지 별도의 가족 개념을 삽입하려는 시도의 본질이 ‘동성애’ ‘동성혼’에 있고, ‘차별금지법’ 역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핵심임을 교계가 모를 리 없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건강가정이라는 용어가 (가족 형태에 따라) 어떤 가정은 건강하고 어떤 가정은 건강하지 않느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용어를 변경하려는 것”이라며 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교계가 우려하는 ‘동성혼’ 문제에 대해서는 “이성간 사실혼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해명이 들끓는 반대 여론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을 하는 듯하다. 정말 그런 의도라면 개정안에서 동성결혼 합법화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근거를 없애거나 아예 개정 시도를 하지 않으면 된다. 옛말에 왜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겠는가. 잔잔한 호수에 ‘위험하고 불순한’ 돌을 던진 건 교계가 아닌 정부와 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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