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거의 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그 직립보행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여러 병적인 상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우리 신체의 무게를 오롯이 두 다리로만 지탱하고 평생을 살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 할 수 있는 하지정맥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하지정맥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혈액순환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의 혈액순환은 심장에서 말초 각 부위로의 혈액의 이동이 심장의 수축에 의해 동맥을 통해 움직입니다. 반면, 말초 각 부위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돌아오는 것은 심장수축의 간접적 힘의 전달과 함께 사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정맥을 타고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렇게 심장에서 사지말단으로 내려간 혈액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원활히 심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신체 각 부위의 정맥에서 정체되거나 머무르게 되는 것을 정맥류라고 합니다. 특히 하지의 정맥에서 정체되어 각종 증상과 징후를 보이는 병을 일으키면, 이를 하지정맥류라고 합니다.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하지에 특히 정맥류가 잘 생기는 이유는, 첫째 중력의 힘을 거슬러 아래에서 위쪽으로 혈류를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 둘째 상지나 머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지의 활동이 적음으로 혈액을 올려보내 주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작용이 적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중의 증가, 여성의 임신 및 출산, 조직의 노화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몸의 여러 변화에 따른 몸의 무게 변화를 하지가 늘 지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의 주요 정맥에는 단방향 판막이 존재합니다. 이는 혈액이 심장 쪽으로 이동할 때 열리고, 역류가 발생하려 할 때 닫히게 되어 원활히 정상적인 방향으로의 혈액 이동을 도와줍니다. 하지정맥류 환자에서는 이러한 판막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여 혈액의 역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말단의 정맥들의 혈액저류를 일으켜 정맥류가 발병하게 됩니다.

하지정맥류의 발병소인으로는 신체의 노화, 가족력, 단기간의 체중 증가, 여성의 임신,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 무거운 물건을 자주, 오래 드는 직업 등이 있습니다. 그 외 선천적인 정맥혈류장애나 심부정맥혈관의 혈전 형성도 하지정맥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하지정맥류는 발병하는 혈관의 분포에 따라 세정맥확장증, 망상정맥류, 측지정맥류 등으로 나누며, 발병 원인과 임상 상태에 따라 관리 및 치료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정맥류의 주요 증상은 다리가 무겁고 팽윤(물질이 용매를 흡수하여 부푸는 현상)되는 느낌, 피가 몰리는 느낌, 붓는 증상, 저리는 증상, 지속되는 통증, 작열감, 쥐가 자주 나는 증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로 오후나 저녁에 증상이 심해지며, 대게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리를 올려놓으면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하지정맥류에서 보이는 징후에는 돌출되거나 구불구불해지는 혈관의 변형, 돌출혈관 주변의 피부의 변색, 피부의 딱딱해짐, 발적(發赤) 등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서, 손발의 저림이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을 가지고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분들이 있는데, 이는 동맥혈액순환의 문제일 수 있고 하지정맥류와는 감별해야 하는 증상입니다. 또, 요통과 함께 허벅지 뒤쪽과 종아리 쪽의 통증 및 저림을 호소하는 경우 디스크 등 근골격계의 문제를 먼저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는 적절한 체중 유지를 위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하체의 근력운동이 하지의 혈액저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외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상황을 피하도록 하고, 몸에 꼭 끼이는 옷, 특히 골반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속옷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코르셋, 스키니진, 하이힐 등은 하지정맥류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증상이 생겨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자의적 판단으로 관리나 복약을 하지 마시고 꼭 전문의와 상의하고 진찰을 통한 진단 및 관리를 받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봉수 원장
최봉수 원장

최봉수 원장

최앤박내과외과 대표원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과전문의
대장항문 송도병원 전임의 및 과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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