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십수년 전 아내가 뇌수술을 위해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옆 베드에는 할머니의 오랜 두통으로 제주에서 올라오신 노부부가 입원해 계셨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분은 수술 즉시 곧 바로 퇴원을 하셨습니다. 오랜 두통의 장본인은 바로 기생충이었습니다.

최근 수년간 두통을 호소한 한 여성도 뇌 기생충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각) “잦은 두통과 이로 인한 이상 증세를 호소한 20대 여성이 최근 병원 검사 결과 ‘신경낭미충증’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 사는 여성 A 씨(25)는 지난 7년간 한 달에 2~3번꼴로 두통을 앓다가 최근 머리가 심하게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뇌에서 종양이 아닌 물혹을 발견했고, 정밀 검사에서 그 물혹이 촌충의 유충(애벌레)으로 가득 찬 낭종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생충의 일종인 촌충은 사람의 신체에 침입해 장내에 기생하면서 복통과 구토를 일으킵니다.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나 촌충의 유충알이 들어있는 물이나 음식 등을 섭취했을 때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감염원을 통해 인간 체내에 침투한 기생충은 뇌뿐만 아니라 근육 조직, 피부, 안구 등에서도 자랄 수 있으며, 성인 뇌전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지요.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삼겹살 낭미충 감염 소동

수년전 우리나라에서도 KBS-2TV “비타민” 프로그램 『덜 익은 삼겹살, 대뇌 낭미충이 기생해 간질발작 위험』 방송에서 40대 남성이 어느날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이상증상을 보이는 경우의 예를 보여주었는데, 원인은 평소 덜 익은 삼겹살을 자주 먹어 '낭미충'이 기생해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하여 큰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1989년 이후 돼지의 낭미충 감염사례를 발견한 바 없으며, 또한 한국학술정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문헌조사한 바 최근에 국내 돼지에서 낭미충 감염사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서둘러 이 파문을 봉합하였습니다.

최근, 국내 돼지에서 낭미충 감염이 발생된 사례가 없고, 아울러 도축장에서 HACCP제도에 의한 철저한 도축검사를 시행하고 있어 국내 돼지고기에 의해 사람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지요.

다만, 돼지고기를 통한 감염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각 시·도 도축장에 도축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고, 돼지고기 섭취 시 잘 익혀서(내부온도 77℃) 먹을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토록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돼지 낭미충은 사람에서는 갈고리촌충(유구조충, Taenia solium Linnaeus)이라고 부르며, 소장에 기생하고 사람이 종숙주이고, 돼지는 사람분변을 통해 감염하여 중간숙주로서 역할을 하고, 돼지에서는 유구낭미충(Cysticercus cellulosae)이라 부릅니다.

사람은 돼지 근육 속의 유구낭미충을 먹게 되면 감염되나 사람이 사람 내에 기생하고 있는 갈고리촌충의 충란을 먹게 되어 감염 될 경우는 사람 세포가 중간 숙주(host cell) 역할을 하게 되어 유구낭미충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이 돼지 촌충 알을 섭취하면 성체 대신에 포낭이 인체 내부에 발생하고 간질양 발작, 두통, 시력상실, 부분마비 등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10-12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선모충 트리키넬라 스피랄리스(Trichinella Spiralis)에 의해 발생하는 선모충병(旋毛蟲病)이 있습니다. 사람이 이 유충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으면 각각의 유충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소화액에 의해 용해되고 유충은 장벽에 붙게 됩니다. 그곳에서 장을 뚫고 혈관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암컷은 혈관이나 림프액 속에 직접 알을 낳게 되지요.

성경과 돼지(기생충)

성경은 돼지를 그리 좋게 묘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돼지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로되 새김질을 못하므로 너희에게 부정하니 이 고기를 먹지도 말고 그 주검도 만지지 말라고 명하십니다(레 11장 7, 8절). 그렇다면 지금도 이 법은 유효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하신 의미는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에는 세 가지 법이 있습니다. 첫째 10계명이요, 둘째 제사법(Ceremonial laws), 셋째 사회법입니다. 이 중 10계명은 불변의 법으로 지금도 지켜야 될 법이요, 제사법은 그리스도의 속죄를 표상(상징)하는 법이므로 지금은 폐기되었습니다. 즉 그 의미는 잊지 말되 제사법을 지킬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돼지를 부정하게 묘사하는 법은 바로 세번째 사회법입니다. 이 법은 출애굽한 이후 광야 생활을 하며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야 할 이스라엘 민족에게 모세를 통해 내리신 법이었습니다. 이 법은 폐기된 법은 아니나 10계명처럼 지금도 반드시 지켜야 되는 법은 아니고 그 정신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당시 하나님께서 왜 이런 법을 내리셨는 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도 안식일날 밀을 먹은 제자들의 행위에 대해 진설병을 먹은 다윗과 그 수하들의 행위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제자들 행동을 책망하지 않으시고 그 취지를 설명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도 문자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변하는 무지한 사람들이 일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늘 없는 고등어나 오징어, 조개도 먹지 말아야 하고, 형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으면 형수(兄嫂)를 아내로 맞아야 하는 형수취수제를 따라야 하는 데 정말 그런 일을 성경 문자 그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요? 아마 지금 그렇게 했다간 기독교는 반사회적 패륜 종교라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독교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거나 추방할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의 문은 닫힐 것입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출애굽 당시 위생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습니다.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비위생적으로 처리하든가 죽은 사체를 잘못 다루거나 섭취했다가는 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위생적으로 처리된 돼지고기는 아무 염려 없습니다.

노아 홍수 이후 육류 섭취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법 안에 돼지고기를 금하지 않으셨듯이 지금은 섭취 자체가 죄는 아니며 섭취 자체에 제한이 없는 것이지요. 다만 육류 과식은 성인병에 위험하니 조심은 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돼지고기뿐 아니라 육류, 어패류 등을 날로 섭취하는 경우에는 위생에 각별히 조심해야 함을 잊지 맙시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품질관리(Q.C) 기사 1급, 식품제조가공기사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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