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의 21일 집회 현장 ©장덕천 시장 페이스북
법원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방역조치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며, 한 지역 교계 연합기관의 야외집회를 금지한 명령을 정지시켰다.

인천지방법원 제1-2행정부는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이하 부천기총)가 부천시장과 부천원미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21일 일부 인용했다. 집회는 하되, KF-80/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자 간 2m 이상 거리를 두는 등 방역수칙은 엄격히 지키라는 것이다.

앞서 부천기총은 지난 15일 부천원미경찰서장에게 18일부터 21일까지 부천시의회 앞 인도에서 ‘부천시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과한 조례안’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참가 예정 인원은 99명이었다.부천기총은 이 조례안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지난달 22일부터 부천시 전역에서 10인 이상의 집회금지를 명령한 부천시장은 부천기총의 집회신고를 불허했다. 부천원미경찰서장 역시 코로나19 확산 추세 등에 비춰 해당 집회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며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이에 부천기총이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한 것.

법원은 판결문에서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고,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헌법 제21조 제1, 2항). 다른 한편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헌법 제36조 제3항), 이러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감염병예방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국가인 우리 대한민국 내에서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역사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제 금지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 옥회집회 및 시위에 관한 사전 신고제의 취지, 감염병예방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국민보건 확보라는 공익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민의 보건에 관하여 국가 등의 보호의무를 수행하는 시장 등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시의적절하게 집회의 규모, 장소, 시간, 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지만, 이에 따른 제한 조치는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음이 객관적·합리적인 근거 등에 의하여 분명하게 예상될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집회 금지)은 피신청인들(부천시장·부천원미경찰서장)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신청인(부천기총)의 집회의 자유가 침해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초래되는 한편,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함으로써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우선 피신청인 시장이 8월 21일 발령한 이 사건 고시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하여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천시 전 지역에서 10인 이상이 참여하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인데, 이는 집회장소, 집회시간, 방법 등을 불문하고 10인 이상의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고, 그 제한시점도 8월 22일부터 별도 해제시까지 무제한이라고 정하고 있어서,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여 시민의 보건을 확보할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원은 “따라서 부천시 내에서 10인 이상 집회에 해당하더라도 코로나19의 국내 및 부천시 내 확산 상황, 집회장소, 집회시간, 방법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살펴 코로나19의 확산 예방 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에서만 집회의 개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의 필요성이 감소하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사건 고시에 따라 10인 이상의 옥외 집회를 전면 금지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부천 지역 내 일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다.

법원은 “옥외집회는 다수의 사람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 모이는 것으로서, 과학적으로 비산되는 비말의 농도가 실외에서는 낮을 수밖에 없는 등으로 감염병 확산 위험성이 실내활동보다는 덜한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집회에 참가할 경우 그 주변의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통행하거나 집회를 지켜본 사람들에 대하여 감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이는 위와 같은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감염자가 실제로 참석할 확률, 방역수칙의 엄격한 준수로써 옥외집회 내 감염을 방지할 가능성, 향후 역학조사 등을 통한 방역활동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문제”라고 했다.

또 “이 사건 집회 장소로 신고된 부천시의회 앞 인도는 넓은 대로를 끼고 있는 평평한 곳으로 보이고, 그 넓이도 집회 신고 인원인 99명이 2m 이상의 거리두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이며, 그 옆 대로에는 평일이어서 차량 통행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집회의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은 크다고 보이지 않고, 이 사건 집회 장소에서 신청인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체온 검사, 참석자 명단 작성 등을 통하여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일정 시간 집회를 마친 후 행진 없이 곧바로 해산한다면, 이 사건 집회를 통하여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건 집회 장소의 구조, 예상되는 집회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신청인들이 행정력을 동원하여 이 사건 집회에서의 방역수칙 준수, 집회 조건 준수 등을 통제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이고, 피신청인들이 일반 보행자를 우회시키는 등으로 주변 행인을 보호하는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고도 했다.

다만 “이 사건 집회를 신고된 그대로 허용할 경우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더 커지고, 참석자들의 방역수칙 준수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더 커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집회는 별지 기재와 같은 범위에서 허용함이 상당하고, 이러한 범위 내에서만 이 사건 각 처분의 집행을 정지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판결문 별지에 기재된 ‘집회 허용 범위’는 △체온 측정 후 섭씨 37.4도 이하인 참석자에 한하여 참석자 명부 작성, 손 소독제 사용 후 입장 허용 △집회 참석자는 주최측 및 연설자를 포함하여 모두 KF-80/94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여야 하고, 미착용자를 입장 허용해서는 안 됨 △집회 장소 내에 참석자용 의자를 설치하되 의자 사이 2m 이상 거리를 두어 배치하고, 참석자는 집회 시간 동안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자에 착석하여야 하며, 의자를 이동하거나 그 배치된 의자 외로 착석하여서는 안 됨 등이다.

이에 대해 장덕천 부천시장은 해당 집회가 열리던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 사진을 게시하며 “부천시도 경찰과 함께 집회로 인한 감염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광화문 집회 같은 혼란은 없을 것 같다. 해산할 때까지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언론에 “이번 집회가 허용되면 다른 집회 신고도 이어질 텐데 방역 당국이 다 감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간신히 안정세로 가고 있는데 집회가 열리면 확진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으니 당분간은 막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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