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세월호 1주기 추모 3대종교 연구소 공동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는 3대종교 연구소(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천주교 우리신학연구소, 개신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공동세미나가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15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정웅기 위원장(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의 사회로 도법스님(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의 치사 후 경동현 소장(우리신학연구소)·김희헌 교수(성공회대)·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의 발제와 현우석 신부(의정부 교구)·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법안스님(불교사회연구소 소장)의 토론 및 전체토론으로 진행됐다.

경동현 소장은 '세월호 참사 1년, 카톨릭교회의 사회참여 성찰'이라는 발제에서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고 우리 사회 총체적 문제의 집약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물신화, 종교화된 사회현실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며 "신의 자리를 꿰차고 '돈' 종교가 된 세상, 그런 세상과 타협한 사회 성원이 만들어낸 필연적 비극의 신호탄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것"이라고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 소장은 물신화한 가톨릭교회의 모습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는 교회의 삶 도처에 스며들고 있다"며 "교회 스스로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깊이 물들어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 안에서 자본주의의 폐해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사회 경제적 영역 안에서 공동선의 실현이라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교회 스스로가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 소장은 "사람이 '상품화'된 시대, 상품과 돈, 자본이 '인격화'를 넘어 종교적 상징이 된 시대, 우리는 종교인으로 살고 있다"며 "물신과 우상이라는 가치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 욕망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욕망이 만들어내는 조건을 바꿈으로써 욕망 자체를 전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종교가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있다는 이 지점이 아닐까 한다"며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발제자 및 토론자들의 모습.   ©이동윤 기자

김희헌 교수는 '메시아의 두 계보, 한국 개신교의 양면성을 통해 본 종교의 역할과 과제'라는 발제에서 먼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진실의 시계는 흐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밝혀진 진실은 거의 없으나, 우리 사회는 밝혀서 알아내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먼저, 유족들의 한맺힌 호소가 농성으로 농성이 단식으로 도보행진과 삼보일배와 삭발투쟁으로 번져가는 동안, 진실을 감추려는 세력들의 천연덕스런 가식과 위선적인 눈물은 냉담과 저주로 돌변하면서 그 속셈을 드러내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 흐르고 있는 '번영의 메시아'적 모습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며 국민들의 박수를 받던 개신교가 최근 들어 혐오종교의 모습을 띠게 된 것은 사회적 욕망과 기득권 세력의 입맛에 길들여진 메시아를 전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방의 계보에 속한 메시아가 아니라, 번영의 계보에 속한 메시아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번영의 메시아'는 신자유주의라는 물결을 타고 가장 익숙한 얼굴로 개신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도래했다. 반면에 '해방의 메시아'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구원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지금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메시아 형상이 한국 개신교 안에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번영의 메시아를 숭상하는 종교와 사회는 스스로를 속인다. 세월호는 어쩌다 벌어진 교통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추구해왔던 욕망의 질서 속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인재"라며 "이 시대의 종교는 '한의 사제'가 되어, 민중들의 소리의 매체가 되어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종교가 자비를 전하고 평화를 이루는 방식일 것"이라고 했다.

박병기 교수는 '세월호의 윤리학과 불교의 역할'이라는 발제에서 "'세월호'는 우리들로 하여금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라는 윤리학적 물음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1주년을 맞고 있는 셈"이라고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장 시급할 뿐만 아니라 출발점을 이뤄야 할 일은 세월호를 단순한 사건이 아닌 윤리적 사태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며 "세월호의 윤리학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배려윤리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교는 종교이자 철학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첫번째 위상은 종교로서의 불교에 맞춰져 있다"며 "불교는 세월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포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불교가 우리 시대 상황을 고려하는 삶의 의미에 대해 지속적인 화두를 던져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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