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글렌 벡(Glenn Beck)이 설립한 자선단체 머큐리 원(Mercury One)이 전 세계 기독교 박해가 심화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벡은 미국 역시 기독교 박해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며 정부와 교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벡은 최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머큐리 원이 현재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는 사역은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을 돕는 일이라고 밝혔다.
2011년 설립된 머큐리 원은 종파를 초월한 비영리단체로, 재난 구호와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해 왔다. 특히 기독교 박해 피해자 지원에 주력하며 비영리단체 세이브 더 퍼시큐티드 크리스천스(Save the Persecuted Christians)와 나사렛 펀드(The Nazarene Fund) 등과 협력하고 있다.
나사렛 펀드는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레반트 지역을 휩쓸던 당시 머큐리 원 산하에 설립됐다.
벡은 최근 텍사스주 어빙에서 열린 머큐리 원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단체의 최대 영향력 기금에 개인적으로 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지원과 관련해 “그곳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약 2억3,000만 명의 서아프리카 국가 나이지리아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치명적인 폭력의 주요 진원지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수천 명의 기독교인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한 2021년 당시 대피 지원을 제공했던 것과 유사하게, 머큐리 원이 협력단체와 함께 나이지리아 주민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무장세력과 풀라니족 민병대, 무장 강도단의 위협으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벡은 “우리는 죽음의 표적이 된 수천 명의 기독교인을 중동에서 다른 국가로 이주시켰다”며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모든 지역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 대부분은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현지로 가서 가능한 한 많은 기독교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지리아에 파견된 직원 가운데 여성 두 명이 포함돼 있다며 “그들에게 가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밝혔다.
벡은 “사람들의 눈이 열려야 한다. 각국이 문을 열어야 하며,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벡은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들의 보고를 인용하며 전 세계 기독교 박해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감소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인만큼 빠른 속도로 살해당하는 집단은 없다”며 “집단학살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바로 이것이 집단학살이다. 의도적으로 표적을 삼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올해 초 발표한 연례 세계박해지수(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기독교인 약 3억8,800만 명이 신앙으로 인해 심각한 박해나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 세계 기독교인 7명 중 1명 이상에 해당하며, 2024년보다 8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Global Christian Relief)와 교황청 산하 국제 가톨릭 자선단체 고통받는 교회를 위한 원조(Aid to the Church in Need) 등도 비슷한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고통받는 교회를 위한 원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8개국 가운데 지난 2년간 박해 상황이 개선된 국가는 없었다. 절반이 넘는 국가에서는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
머큐리 원의 조너선 데커(Jonathan Decker) 사무총장은 현재 나이지리아 남부 깊숙한 지역에서 활동 중인 팀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들의 안전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박해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들어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박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공격을 받은 교회들을 통해 그러한 징후를 봤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큐리 원은 해외 기독교인 지원뿐 아니라 미국 내 재난 구호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하와이 라하이나 화재와 2024년 허리케인 헬렌으로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 지역에서도 지원 활동을 펼쳤다.
데커는 재난 현장에서 연방정부의 대응 공백을 메우는 일이 상당 부분 자신들의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행정부 들어 일부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난 대응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의제를 가지고 현장에 들어오지만, 우리의 유일한 의제는 도움을 제공하고 어디를 가든 그리스도의 빛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사태를 언급하며 미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당시 머큐리 원 산하 나사렛 펀드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처한 기독교인과 현지 협력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3일도 채 되지 않아 2,0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대부분 소액 기부자들의 후원이었다.
머큐리 원은 민간 항공기를 전세 내 카불에서 미국 시민과 특별이민비자(SIV) 소지자, 순교 위험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 등 수천 명을 대피시켰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탈레반 무장세력이 가정을 방문해 휴대전화에 성경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이웃들에게 기독교인을 식별하도록 요구했다는 보고를 내놓았다. 일부 기독교인은 고문과 살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다”며 “나와 공동 사무총장 수전 복 그리시먼이 사람들과 전화로 연락하며 대피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는 대피 명단을 관리하는 일은 미국 정부가 해야 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벡 역시 2021년 9월 방송에서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의 박해와 미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당시 그는 “어두운 세력이 작용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백악관과 국무부 내부에도 여전히 어두운 세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바이든 행정부 일부 인사들이 대피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을 반영한 발언이었다.
벡은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이슬람주의의 정치적 연대가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이념이 억압에 저항해야 하는 기독교인의 의무와 신명기 30장 19절의 “생명을 택하라”는 명령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이념이 모두 기독교를 용납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자신이 표현한 ‘죽음의 숭배’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벡은 낙태와 국가가 허용하는 조력자살이 확산되는 서구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조력자살이 사망 원인 5위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광기”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생명은 가치가 있으며 모든 생명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벡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종교적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향이 2022년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 기독교인들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왜 종교인들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얼마나 심각한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예수님이 내 생애에 다시 오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해 왔다”며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벡은 미국이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이유로 위험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돕고 구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가 상황을 인식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며 “그렇다면 우리를 구하러 올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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