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해 국내 업체 90여 곳의 전산망에서 개인정보 등을 빼돌리고 금전을 요구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대규모 해킹 범죄 피의자를 국내에서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공갈·공갈미수 혐의로 총책인 32세 남성 A씨를 지난 15일 체포하고, 17일 구속한 뒤 23일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공범 6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약 13개월 동안 국내 업체들의 전산망에 침입해 개인정보와 사내 업무자료 등 약 820만 건을 탈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대상에는 대학과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병원, 학원, 골프장, 상조회사 등이 포함됐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 업체 가운데 15곳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신고했다. 나머지 75곳은 아직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 협박으로 금전 요구, AI 활용 후 범행 확대
일당은 해킹한 업체에 이메일을 보내 자료를 유출하겠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과 과징금, 고객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업체를 압박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협박 피해 업체는 38곳이며, 요구 금액은 총 3억6000만 원이었다. 실제 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된 업체는 1곳으로, 지급액은 30만 원이었다.
총책 A씨는 IT 비전공자로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해킹 기술을 익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보안업체에서 모의해킹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 웹사이트 해킹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초기에는 웹사이트의 보안 취약점을 찾는 자동화 도구를 사용하다가 생성형 AI를 도입한 뒤 범행 규모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31일부터 이달까지 약 60개 업체를 AI로 해킹했으며, 범행에는 AI 자율 침투 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AI로 방대한 수사자료 분석
수사는 지난 6월 피해 업체 한 곳이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7~9월 협박에 가담한 공범 5명을 차례로 검거한 데 이어, 이달 초 텔레그램으로 범행을 지시한 24세 남성 B씨를 붙잡았다. 이후 피해 업체들의 해킹 기록 등을 분석해 A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추적 과정에서 국가수사본부의 지원을 받아 구축한 자체 AI 분석체계를 활용했다. 통화·계좌 내역 등 수사자료 약 52만 건과 수천만 줄의 해킹 기록을 분석해 핵심 용의자를 가려내고 범행 수법을 확인했다.
경찰은 AI 분석을 통해 대량의 자료를 신속하게 검토하면서 수사 착수 약 4개월 만에 일당 7명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성형 AI의 발달로 사이버범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총책의 추가 범행과 피해 업체, 범죄수익 등을 계속 수사하고 AI 기반 수사기법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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