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인사 문제로 거듭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검증 과정과 적법한 절차 없이 특정 인물을 전면에 내 세우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인사 문제를 둘러싼 한복협의 내홍은 지난 3월 월례회에서 총무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임원회가 총무를 내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회칙에 따른 절차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회원들은 한복협 회칙 제7조와 13조에 총무를 포함한 '중앙위원과 임원은 총회에서 선임하도록' 명시된 규정을 들어 임원회의 총무 내정에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복협의 인사 내홍은 지난 4월 임시총회에서 박명수 교수를 사무총장에 인준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 후 논란이 됐던 당사자를 ‘협동 사무총장’ 직함으로 소개하면서 내부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으로 번지게 된 거다.

인사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임원회가 총무로 내정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이 된 그 인물을 누가 왜 총회 결의 없이 ‘협동 사무총장’으로 세웠느냐에 있다. 또 해당 인물의 학력이 온통 의문투성이라는 점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협동 사무총장’도 회칙상 엄연히 임원이다. 따라서 총회 결의 없이 직책을 수행하는 건 회칙 위반이다. 예장 합동측 인사들과 일부 학복협 회원단체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임시총회에서 해당 인사에 대한 정식 안건 상정이나 표결, 선출 절차가 없었다며 회칙 위반을 들고나왔다. 조사위 주장처럼 총회에서 공식 선출되지 않은 인물을 월례회에서 버젓이 ‘협동 사무총장’으로 소개하고 그에게 대외협력 역할을 맡겼다면 불법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당사자의 학력도 의혹투성이다. 과거 사업을 하다가 예장 합동중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선교 활동을 해 온 인물로 알려졌으나 공식 최종 학력은 학사(BA)가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학사 과정 중에 어떻게 목사 안수를 받았는지, 또 공개된 프로필에 B.Th(신학사), M.Div(목회학 석사), '선교학 박사 과정 중'이라고 표기한 학력이 허위인지 오기인지조차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지난 WEA 서울총회 당시 교게에서 WEA 의장 굿윌 샤나의 ‘신사도’ 의혹 비판이 일자 한국교회를 대신해 사죄를 드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예장 합동 교단 편목 절차를 거치지 않아 준회원 상태이고, 교단은 WEA에 대한 입장 보류 상태였기 때문에 무슨 자격으로 사과 발언을 하느냐며 교단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지금까지 불거진 한복협 내홍의 근거는 명확하다. 총회 결의도 없고 학력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인물을 누군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복음주의 단체의 전면에 내세우려 하고 있고 그러는 궁극적인 목적이 뭐냐는 거다. 그 전에 최소한 해당 인물에 대해 나도는 각종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고 회칙에 따른 정당한 절차부터를 거치라는 요구인 거다.

‘성경적 복음주의’ 구현을 기치로 활동해온 한복협이 순수 복음주의 정신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드러낸 게 지난 WEA 서울총회다. 총회 유치과정에서 WEA 일부 수뇌부의 각종 의혹과 구태를 눈감아 주는 식으로 개입하더니 이번엔 누군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한복협을 주무르려는 시도에 손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단체에 ‘한국교회 복음주의’란 타이틀이 과연 적절한지, 과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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