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대상 욕설 논란으로 사의를 밝힌 김문훈 목사와, 개척지원금 논란 속 원로직에서 물러난 박영선 목사의 사례를 계기로 한국교회의 ‘원로목사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최근 교계에서는 원로목사 제도의 취지와 실제 운영 간 괴리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존속 및 개선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잇단 논란… “원로 영향력 어디까지인가”
부산 포도원교회 담임이던 김문훈 목사가 부교역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결국 그는 담임목사직과 예장 고신총회 부총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목사는 약 27년간 교회를 이끌며 교단 내 유력 인사로 평가됐으나, 사건 이후 교회 내 위계적 구조와 권위주의 문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 과정에서 교계 일각에서는 그가 향후 ‘원로목사’로 추대될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며, 원로목사 제도의 의미와 자격 문제까지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서울 남포교회를 개척해 40여 년간 목회한 박영선 목사는 최근 원로목사직에서 사임했다. 박 목사는 이 교회 부목사로 있었던 자신의 아들과 관련, 그가 교회 측에 수십억 원대 개척지원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을 겪었다.
박 목사는 이에 대해 단순히 아들만이 아니라 자신도 함께 떠날 생각으로, 그럴 경우 부동산 가격 등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전달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교회 내외에서는 은퇴 목사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명예직’ 취지… 그러나 현실은 영향력 유지
원로목사 제도는 일반적으로 한 교회에서 장기간(통상 20년 이상) 목회한 담임목사에게 은퇴 후 명예직을 부여하는 제도다. 설교나 자문 등 제한적 역할을 통해 교회의 역사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원로목사가 여전히 교회 운영이나 인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후임 목회자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특히 목회자가 은퇴 이후에도 교회 방향이나 재정 문제에 관여하는 경우, “원로는 비치리·비행정 직분”이라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폐지 주장 “비성경적이고 권력 구조 고착화”
비판 측은 원로목사 제도가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구조 문제를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담임목사 중심의 권력 구조 고착 △은퇴 후에도 영향력 지속 △세습 및 변칙적 자산 이전 가능성 등을 문제로 꼽는다.
김문훈 목사 사건에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수직적 교회 구조”가 반복되는 문제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원로목사 제도가 이러한 구조를 유지·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원로목사 제도 자체가 비성경적이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서창원 박사(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는 원로목사 제도가 성경적 근거가 미약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 내 권력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원로목사 제도는 은퇴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구조로 변질되기 쉽다”며 “교회의 건강한 세대교체와 권한 이양을 위해서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존치 주장 “목회 유산 계승·교회 안정에 필요”
반면 제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원로목사가 교회의 역사와 신학적 전통을 계승하는 상징적 존재이며, 급격한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교회의 혼란을 줄이는 완충 역할을 한다고 본다.
또 은퇴 목회자의 사역 경험과 영적 권위를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대형교회나 장기 목회가 이뤄진 교회일수록 원로목사의 존재가 공동체 통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제도 개선이냐, 폐지냐… 선택의 기로
교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존폐를 둘러싼 이분법을 넘어,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원로목사의 권한 명확화 △재정 및 인사 개입 제한 △후임 목회자와의 역할 분리 △교단 차원의 관리 기준 강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잇단 논란 속에서 한국교회의 원로목사 제도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근본적으로 손질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교단과 교회, 그리고 신앙 공동체 구성원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교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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