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빅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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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무슬림 적대(anti-Muslim hostility)’ 정의를 두고 기독교 논평가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반무슬림 적대’(anti-Muslim hostility) 정의는 기존에 사용되던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 개념을 대체하는 것으로,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폭력·괴롭힘·협박 등 범죄 행위와 편견에 기반한 차별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이슬람을 포함한 여러 종교 단체 대표들은 해당 정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정부에 계획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 컨선(Christian Concern)의 팀 디에페(Tim Dieppe)는 이 정의가 평등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종교인 이슬람과 무슬림에게 다른 종교에는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음주의 지도자 데이빗 로버트슨(David Robertson)은 CT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정의가 장차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기독교인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슨은 “멀지 않은 미래에 나 같은 저술가들이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이슬라모포비아 관련 법 아래서 기소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증오도, 공포증도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적 사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최종 정의에 따르면 ‘반무슬림 적대’란 무슬림이거나 무슬림으로 인식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종교적 이유로 폭력, 파괴 행위, 괴롭힘, 협박 등 범죄 행위를 의도적으로 수행하거나 조장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신체적·언어적·문서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행위가 포함된다.

또한 무슬림 또는 무슬림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고정된 부정적 특성으로 규정하고 집단적으로 일반화하는 편견적 고정관념 역시 해당 범주에 포함된다. 이러한 행위가 증오를 조장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질 경우 문제로 간주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공 및 경제 생활에서 무슬림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의 제도적 관행이나 편향을 만들거나 사용하는 행위 역시 불법적 차별로 규정된다.

정부는 이번 정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법정(non-statutory) 지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어떠한 정의도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거나 공익적 논의를 막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앞으로도 그렇게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논평가들은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독교 논평가 아드리안 힐튼(Adrian Hilton)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 정의가 비법정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학과 학교 등 공공기관이 이를 채택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슬림 집단 투표나 샤리아 법 확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발언이 집단에 대한 부정적 특징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또한 무함마드를 거짓 선지자라고 말하는 것조차 무슬림에 대한 괴롭힘이나 협박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에페 역시 기존 우려를 재차 강조하며 “이번 정의는 사실상 무슬림 활동가들을 달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신성모독 규범을 도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의 대테러 독립 검토관인 조나단 홀(Jonathan Hall) 역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호한 표현이 사용될 경우 사람들이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당 소속 닉 티모시(Nick Timothy) 의원은 이를 “매우 예상 가능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당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정의의 목적은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풍자하고 검토할 자유를 제한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해당 정의를 “무시할 것이며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권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 그림자 평등부 장관인 클레어 쿠티뉴(Claire Coutinho) 의원 역시 “정부의 이슬라모포비아 정의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모호한 표현은 공공기관이 아동 성착취 조직, 여성 할례, 테러 문제를 다루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족주의와 종파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법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분열과 반감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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