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수십 년간 이어진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돼 환영한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해외입양 중단조치로 아동을 장기간 시설에 가두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은 6.25전쟁으로 인해 10만 명 넘게 고아가 발생하자 부모 없는 아동을 양육하기 위해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 무려 73년이나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 ‘아동 수출국’이란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혀졌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올해 해외입양은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2000년대 초반에 연간 2000명이 넘던 입양자 수가 2023년부터 두 자릿수로 급격히 줄어든 원인도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민간기관이 주도하던 아동 입양을 지난해 7월을 기해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관리하는 공적 입양 체계로 전환했던 것이다.
그런데 전쟁고아를 가정에 위탁하는 방안의 하나로 시작된 해외 입양이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혈연을 유독 중시하는 우리의 가족 문화 탓이 크다. 내 핏줄이 아닌 아이를 키우기를 꺼리다보니 미혼모 등 특수한 사정으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을 부득이하게 해외 가정으로 보내야만 했던 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5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로 입양 보낸 아동의 수는 약 17만 명을 헤아린다. 이는 국내 입양 수 8만2000명에 두 배가 넘는 숫자다. 아무리 혈연을 중시한들 우리 아이들이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해 해외로 보내야만 하는 건 제고할 문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해외 입양이 이뤄지는 나라는 한국과 콜롬비아 둘뿐이란 점에서 우리 아이를 국내 가정에서 양육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단계적 중단을 거쳐 2029년까지 해외입양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입양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가 “아동의 가족을 가질 권리를 박탈하는 위법한 결정”을 했다는 거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말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해외입양 제로화’ 정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해외입양을 0명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행정 편의주의이자 법과 국제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결정”이라며 “국가는 아이들의 ‘가족을 가질 권리’를 빼앗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입양가족과 관련단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해외입양 중단이 사실상 아동의 장기 시설 보호를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혈연 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은 국내 현실에서 무조건 해외입양의 길을 차단할 경우 그 아이들이 국내 가정이 아닌 보육시설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가야 하는 아주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을 걱정한 것이다.
입양단체들은 정부의 조치가 장애 아동이나 입양이 어려운 아동들에겐 마지막 남은 ‘가족의 기회’를 빼앗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해외입양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꼬집었다. 일부 부정적인 단면만 보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입양인들의 존재까지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해외 입양 중단을 서두르는 이유 중에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국제입양법과 10월에 발효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10월 1부로 국제입양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괴·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1993년 채택·1995년 발효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당사국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 입양 중단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가가 입양인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공적 입양을 뿌리내리겠다고 밝힌 게 시발점이다. 정부는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기본사회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5년간 총 35조7000억원을 투입해 원 가정 또는 국내 입양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원 가정 보호와 국내 입양이 거액의 국가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과연 해결될 일인지 고민해 볼 문제다. 여태껏 해외 입양이 지속돼온 게 정부가 돈을 안 쓰고 관심을 두지 않아서 라면 재정을 투입해 해결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와 국민적 인식 변화라는 근본 해결 노력없이 예산을 쏟아 부을 경우 정부 보조금을 타낼 목적으로 입양한 후 아동을 학대 방치하는 부작용이 더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될 위험성이 있다.
국제아동입양협약의 목표는 원 가정 보호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할 경우 국내 보호를 찾고 찾지 못할 경우 국제입양을 추진하는데 있다. 이는 입양의 경우,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임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해외 입양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많아 보인다. 협약의 핵심이 ‘시설 보다 가정’이라는 대전제에 있음에도 무조건 해외입양을 막으면 결과적으로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아동의 권리를 빼앗게 되는 게 문제다.
정부가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건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국내 입양도 기피되는 아동에 대한 관심과 고민일 것이다. 특히 모두에게 버림받은 장애 아동들이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가정의 보호 아래 치료와 돌봄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까지 빼앗아선 안 된다는 거다. 정부의 결정으로 아동들이 장기간 시설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탄력적인 접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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