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해에 있어서 다른 중요한 차원은 "인간의 불행이 도대체 어디에서 기원하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기독교 인간 이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죄’라고 대답한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고결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언하며, 인간 불행의 근원은 죄이기 때문에 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소망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죄의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죄 문제 해결만이 모든 문제 해결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스탠리 그랜즈는 “죄 개념은 성경의 케리그마에 속하고, 우리의 신학적 유산의 타협할 수 없는 명제”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죄가 무엇인가? 성경에 의하면 죄는 ‘과녁을 빗나가는 것’ 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대로 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일탈되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죄는 자신의 창조주와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을 거부하고 자신을 하나님의 위치에 세우며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회개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금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신학의 죄 개념에서 중요한 포인트였다. 죄로 말미암아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이 파괴되었고, 하나님과의 관계 곧 ‘계약의 파트너’로서의 관계 역시 파괴되었기 때문에 이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곧 구원이라고 보았다. 즉 전통적인 신학은 기본적으로 죄의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방신학에서는 죄의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즉 개인적인 차원의 죄보다는 정치, 사회, 경제적인 차원의 불의와 억압적인 구조악에 깊은 관심을 둔다. 예를 들면 두셀은 ‘제도의 전체화’(totalization of the system)로서의 죄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죄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갈등, 불화, 불의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구티에레츠도 “죄는 억압적인 구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지배와 노예, 인종과 사회계급에서 나타난다. 또 죄는 근본적 소외와 불의와 착취적 상황의 원인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해방신학은 죄의 문제를 이처럼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보기 때문에 죄의 해결 역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며 여기에서 구조악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투쟁과 혁명이 불가피해진다.
또한 전통적인 신학은 죄의 문제가 보편적이어서 어느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인류가 죄의 문제에 걸려있다고 믿으며, 이러한 믿음은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롬 3: 23)라는 선언 등에 근거되어져 있다. 그러나 해방신학에 서의 죄는 정치적 억압, 경제적 착취, 기타 모든 구조악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악을 일으키는 자들의 죄는 문제를 삼지만, 이런 구조악으로 희생을 당하는 자들의 죄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바로 이런 구조악의 희생자들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세력이 된다고 여긴다. 결국 해방신학에서 관심을 갖는 죄는 주로 수평적인 차원의 문제이고, 성경에서 관심을 갖는 수직적인 차원의 죄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즉 죄의 가장 깊은 뿌리인 하나님과의 관계(수직적 차원)에서의 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하나님과의 잘못된 관계에서 연원된 열매로서의 죄 (수평적 차원)에만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승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