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인간 이해에서 가장 중요한 차원 중의 하나는 ‘인간이 과연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라는 문제일 것이다. 전통적인 기독교 인간이해는 다분히 이분법 혹은 삼분법적인 이해였다. 즉 인간이 영(ruah, pneuma)과 육(basar, sarx)의 두 요소로 구성되었다고 여기거나, 영(ruah, pneuma) 혼(nephesh, psyche) 육(basar, sarx)의 세 요소로 구성되었다고 (참조. 살전 5: 23)인식해 왔다. 이러한 인간 이해는 자연스럽게 영적인 차원 혹은 정신적인 차원이 육체적인 차원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우선적이라는 이해로 이어졌다. 즉 영적인 차원을 강조하는 반면 육적인 차원을 경시하거나 절제하도록 하는 인간 이해였다.

이러한 사고는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파송하시는 상황에서 제자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할 것을 상정하시면서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 (마 10: 28) 라고 말씀하시었고, 조금 후에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 10: 39) 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참으로 추구해야 할 목숨이 어떤 목숨인지를 말씀하셨다.

교회교의학의 저자 칼 바르트도 영과 육의 분리될 수 없는 합일성을 강조하면서도 영혼의 우선성을 강조하였다. 즉 영혼은 ‘중심’(Zentrum)이고 몸은 ‘주변’(Peripherie)이며, 영혼은 위에 있고 몸은 아래에 있다고 말한다. 또 영혼은 ‘첫째 것’이고 몸은 ‘둘째 것’이며, 영혼은 ‘앞서가고’ 몸은 ‘그 뒤를 따른다’고 말한다. 또 영혼은 ‘지배하고’ 몸은 ‘영혼에게 봉사한다’ 라고 하면서 영혼은 ‘다스리는 자’요 몸은 ‘섬기는 자’라고 말한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오늘날도 여전히 전통적인 신학은 영을 우선시하는 전통적인 인간 이해를 견지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신학은 이분법적인 견해를 가지고 영혼을 우선시하는 전통적인 견해를 반대하며 통합적인 견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신학은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견해가 성경의 가르침이기보다는 다분히 헬라철학이나 고대의 종교사상에서 연원한 것이라고 본다. 특별히 플라톤의 사상에서 이러한 것들이 잘 정리되어 나타나는데, 그에 의하면 인간이 죽을 때 육체는 사멸하는 반면, 영혼은 불멸하게 된다. 육체가 죽는 순간 인간의 영혼은 육체의 감옥을 벗어나 영원한 신의 세계로 가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본래적 삶은 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있다는 것이다. 통합적인 인간 이해를 갖는 신학은 전통적인 신학이 이와 같은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아 이분법적인 인간 이해를 갖게 되었다고 보면서 인간은 영과 육을 분리할 수 없는 통전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인간이해는 현대과학에 의해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대 행동과학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언제나 동시적으로 주어져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사유의 활동은 인간의 정신적 조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육체적 조건에도 의존한다는 것이다. 육체에 속한 뇌세포의 활동 없이 인간은 사유할 수 없으며, 감정의 활동도 가질 수 없다. 동시에 인간의 모든 육체적 활동은 영적, 정신적 조건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인간은 영과 육을 분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현대의학의 심신상관설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과 몸은 하나로 결합되어 있어서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합일체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영과 육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 등의 영향으로 인해서 오늘날의 인간 이해는 영과 육을 모두 통합적으로 보는 견해를 가지면서 영과 육의 차원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므로 영적인 차원을 육적인 차원보다 우선시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인간 이해가 에큐메니칼 신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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