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로 감축하기로 공식 확정했다. ‘파리협정’을 준수하는 차원인데 산업계에서 현실적으로 48% 감축도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시민단체는 반대로 목표치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전력 부문에서 현재 34GW 수준인 재생에너지 보급량을 1최대 150GW까지 늘리고, 수송에서 전기·수소차 보급률을 2035년 신차의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건물도 제로 에너지 건축 및 그린 리모델링 등을 추진해 전체 배출 저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가 정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놓고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산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대로라면 철강·석유화학 등 핵심 업종의 생산 비용이 상승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단체들은 산업계와는 상반된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정부 목표치가 공개된 직후 한 환경단체는 “범위 목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하한치에 가까운 53% 감축을 염두에 둔 매우 부족한 목표”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단체는 정부가 생각하는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정부가 정한 탄소 감축 목표는 지난 6년간 감축량 9천만 톤의 3~4배인 3억~3억 6천만 톤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사실 정부가 목표를 정하긴 했어도 한 번도 도달해 본 적 없는 고지라는 점에서 누구도 도달을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정한 목표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28%로 전 세계 배출 1위인 중국은 2035년까지 정점 대비 7~10% 감축 목표를 내놨다. 이 수치로 볼 때 중국은 사실상 탄소 배출 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2위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협약 자체에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며 파리협정을 아예 탈퇴한 상태다.

산업계에선 중국과 미국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 감축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무리하게 목표를 정하는 바람에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덮칠 걸 걱정하고 있다. 산업 전 분야가 탈 탄소로 전환할 경우, 불가피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중국과 인도 등 탄소 감축 부담이 덜한 국가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는 건 뻔한 이치다. 유럽연합(EU) 등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무역장벽을 세워 자국 내 산업계 보호에 나선 것도 우리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협조 없이 여타 나라들이 아무리 탄소 배출 감축에 노력해도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두 나라의 탄소 소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현실에서 우리의 목표만 고집하는 건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은 1.4%에 불과하다. 문제는 적은 비중에도 정부가 정한 목표치가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거란 점이다.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치를 대외 성과나 치적으로 삼으려 할 게 아니라 국내 경제, 나아가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한국교회가 지난 2022년부터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10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예장 통합 등 주요 교단들도 같은 사가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함께 ‘2050 한국교회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산하 교회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내용은 △2040년까지 한국교회 탄소 배출 100% 감축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과 자연 기반 탄소 흡수원 확대 △한국교회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방안과 기반을 마련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의 205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 협력 등이다.

그런데 3년 전 주요 교단들이 앞다투어 발표한 ‘탄소 감축 로드맵’이 지금 교회 각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 교단 실무자들은 탄소 중립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예산·인력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교단에서 녹색 교회 시범 운영 계획 등을 세웠지만,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절대 부족해 진전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교회가 정한 ‘탄소 중립 로드맵’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원인은 예산·인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로 보인다. 취지엔 100% 공감하지만, 정부 시책에 무조건 보조를 맞추다 보니 점점 실천 의지가 사라져 결국 선언적 의미로 남게 된 게 아닌가 싶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역의 평균 기온이 갈수록 상승하고 폭염·열대야 등 이상 기후 징후가 체감되는 현실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삶의 과제다. 다만 목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국민 각자가 실천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공감대를 확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하나님이 주신 이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후대에 물려주는 일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과 실천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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